전 근무지에서의 일이다. 매주 금요일은 사무실 청소하는 날이었다. 직원, 팀장, 과장 할 것 없이 전 직원들이 걸레며 빗자루, 밀대를 나눠들고 청소를 한다. 일일이 각자의 임무를 정해주지 않아도 눈치껏 청소구역과 하는 일이 정해졌고 그같은 룰은 매번 비슷비슷하게 지켜졌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걸레 보다는 빗자루와 밀대를 잡고 사무실 바닥을 쓸고 닦았다. 그런데 옆 팀장님 한 분만 유독 걸레를 잡기에 의아해 관심있게 지켜봤다. 걸레를 잡은 팀장은 자신의 팀원 한 명, 한 명의 책상을 일일이 닦아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빗자루와 밀대를 다른 사람들이 이미 다 잡아버려 하는 수 없이 걸레를 잡게 됐고 어쩔 수 없이 책상을 닦는 것이라고 내심 단정했다. 그리고 다음 금요일이 됐다. 그날도 옆팀 팀장님은 걸레를 잡았고 또 다시 팀원들의 책상을 하나하나 꼼꼼히 닦아줬다. 그리고 그런 일은 청소를 하는 금요일마다 계속됐다.

궁금증이 계속 쌓이던 어느 날 그 팀장님에게 직접 물었다.

"팀장님은 왜 책상을 닦으세요?"

그러자 팀장님은 걸레 잡은 손을 잠시 멈추시더니 "우리 팀원들이 진짜 열심히 일을 해서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어서…"라며 활짝 미소 지으셨다.

옆 팀의 업무는 부서 내에서 굵직한 일이 많았다. 그런 만큼 결재도 많고 출장도 많고 민원도 많고 야근도 많았다. 그럼에도 팀원 중 누구도 업무에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 모두가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뿐이었다. 평소 팀워크가 참 좋다고 느꼈는데 책상 닦아주는 팀장의 마음, 열심히 일하는 팀원의 마음을 서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공직사회에서는 신규 직원과 팀장 이상급 직원과의 소통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같은 우려가 거듭됨에 따라 교육, 회의, 행사 등 다방면으로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크지 않은 듯하다. 서로 간의 벽을 허물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진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책상 닦는 팀장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연초 인사이동에 따라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한지 어느덧 5개월이 다 돼간다. 이곳은 8~9급 신규직원이 대부분이다. 이들과 나름 소통한다고 꺼낸 대화 내용이 "남자 친구는 있니?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찾아"라든가 취미가 같으면 친근한 대화가 될까 해서 "퇴근 후에 하는 운동은 있니?", "영화는 좋아하니?"와 같은 개인 사생활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그렇다 보니 젊은 직원들이 받아들이기엔 소통이 아니라 대답하기 싫고 짜증 나는 일방적인 질문이 돼 그 시간이 고통의 시간이 될 수도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몹시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렇게 소통 부재의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하고 때론 젊은 직원들로부터 꼰대 소리를 들을 것 같은 행동이 툭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신규직원들과의 소통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음을 느낀다. 회의와 화합행사 같은 소통 채널도 한 방법이긴 했지만 언제부턴가 내 마음에 자리 잡기 시작한 '팀원들의 책상을 닦는 팀장의 마음'이 그들과의 소통의 문을 열게 하는 열쇠임을 감 잡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