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백수의 아버지 절친이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문병을 하니 들릴까 말까한 목소리로 '자네 선고장이 자넬 유학시키느라 고래실논 서마지기 값을 꿔갔다가 아직도 안 갚았는데, 자네가 꼭 갚아야 하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제가 그 돈 며칠 후에 꼭 구해다 아저씨 손에 쥐어드리겠습니다. 며칠만 참고 기다리세요?' 그 약속(千兩債) 지킬 날을 기다리느라 아저씨는 삼년을 더 살다가 떠났다.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자식에게 화가 난 아비가 '그런 일도 못하는 걸 보니 꼭 빌어먹거나 굶어죽을 팔자구나.' 일하기 싫어 집을 나간 아들은 아비의 말이 씨가 되었는지 행려병사했다는 소식만 희미하게 들렸다.

사람을 평가(身言書判)하는데 말주변을 두 번째로 삼았다. 그 말이 사람의 생사, 희비, 도전과 포기, 영예와 몰락, 행불행, 실과 허, 신 불신, 용불용, 뱀 머리와 용꼬리, 됨됨이 준거, 추종과 이반 등의 향배결정타가 되니 안에서는 벽의 귀가, 밖에선 새와 쥐가 밤낮으로 들어 전하는 말을 조심하라고 일러왔다.

이렇게 소중한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어 아예 눈감고, 귀 막고, 입 닫고 사는 이들도 있다.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귓속을 몇 번씩 씻어내는가 하면 나쁜 말을 했다고 사흘 동안 입을 굶긴 이들도 있었고, 악다구니와 욕지걸이(辱說)를 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눈이 쓰리고 아프다며 안대를 덮어주기도 했다.

말은 듣는 이를 배려하여 골라서 함이 도리(言道)임에도 생각나는 대로 함부로 지껄이거나 비위 상한다고 듣기에 거북한 속된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듣는 이를 화나게 해서 시빗거리가 되고 극한상황까지 끌고 가기도 한다.

유치원에서 친구와 말다툼을 하던 아이가 화가 많이 났는지 '야, 이 거지같은 놈아, 너 한번 죽어볼래?' 싸움을 말리던 선생님이 깜짝 놀라 그런 말 어디서 들었느냐고 물으니 아빠한테서 배웠단다. 어른싸움으로 번질 꼬투리다.

가는 말이 고와야 떡이라도 얻어먹을 텐데, 오는 말에 가시가 돋았으니 찔린 상처를 아물게 하려고 갑절로 갚느라 강도 높은 막말이나 욕설의 악담에, 보고 듣고 배워서 실천하는 말이 자식에게 대물림이 돼도 유구무언일 수밖에.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바른말 고운 말을 쓰자며 본을 보여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추종자(人氣) 관리수단으로 비상식 용어를 활용함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맛있는 것만 골라서 먹을 줄 아는 지고지상한 입에서 어찌 그런 추사악구가 술술 풀려나올 수 있는지 정말로 불가사의하다.

한 집안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자신보다는 가족이나 백성을 먼저 생각하라고 배웠기에 필부들도 윗물을 맑게 하려고 아무리 화급해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찬물도 마시지 않았는데, 많이 배워서 더 배울 것이 없는 분들의 상용어가 그래서는 결단코 안 될 일이다.

인성교육이 잘 안 되어 차라나는 아이들이 버릇이 없고 싹수가 노랗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사람답지 못한 미래의 역군이 바로 당신같은 부모와 일회성의 롤 모델을 만나서 고쳐 쓰거나 바꿀 수도 없게 되었음을 깨닫고 수준이 낮다고 깔보는 보통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런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도록 보기 좋은 본 좀 보여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상하좌우는 언제나 평등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