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한 수도권과 새로운 등용문 균형발전
출세한 수도권과 새로운 등용문 균형발전
  • 중부매일
  • 승인 2019.06.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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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어린 시절 해마다 추수철이면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볏가마를 수레에 한가득 실어 부잣집으로 나르는 광경을 흔하게 목격했다. 피땀 흘려 수확했지만 소작에 의지하다보니 7~8할을 상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한참을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게다가 고리의 빚을 내어서라도 비료, 농약 등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기에 소작농은 가난의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배움뿐이었고 여려 형제들을 두루 가르칠 수 없는 형편인지라 결국 맏아들 또는 한 형제만이라도 가르치기 위하여 나머지 형제들은 희생을 감내하고 뒷바라지하며 개천에서 용 나기만을 학수고대 하였다.

여러 가족들의 희생과 뒷받침으로 출세한 후 나머지 형제들을 우애 좋게 돌보는 아름다운 모습처럼 경제효율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온갖 파격적인 정책으로 성장한 수도권과 그 곳에 위치한 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로 중소도시와 중소기업이 골고루 성장하며 잘사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그저 선량한 꿈이 된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이면에서 정치, 행정, 교육, 문화와 인구를 총망라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각하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의 문제를 지역 차원에서 살펴보면 그 정도는 한층 더 심각하다.

충북은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과 진천·음성혁신도시로 국책기관들이 이전을 마쳤거나 예정되어 있다. 불균형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출범과 국책기관들의 지역이전이 속속 진행되었으나, 양극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면서 비수도권 정책 전반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긍정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주여건이 더 나은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는 '빨대현상'이 가속화 되고, 혁신도시 또한 이전 국책기관의 직원들은 아직도 수도권에 대부분 정착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을 동반하여 이사를 온 경우는 20% 수준이고, 홀로 거주하는 경우까지 합쳐도 40%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장시간 출퇴근하거나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것이 크게 불편하더라도 자녀의 교육문제, 문화 활동 그리고 종합병원 등과 같은 정주여건에서 취약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주여건의 취약성은 인구 유입에 큰 문제점이 되고, 공장을 새로 짓거나 본사를 이전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인력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가 120조 원 규모를 투자할 반도체클러스터 입지로 용인시를 선택한 실질적 이유도 인력확보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이디어와 연구개발-생산-고객으로 이어지는 공급사슬에서 그 동안은 생산에 초점을 맞춰 인력의 확보가 필수였다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이디어와 고객에게 중점을 두면서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 스마트한 고객이 끝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기업입지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기존 도시 그리고 혁신도시에의 투자와 발전전략이 새롭게 제시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전폭적인 투자로 출세할 만큼 출세한 수도권만 앞으로도 계속 고집하고, 지역에서는 가족들의 희생과 뒷받침으로 출세의 발판 역할만 하라고 한다면 소작농의 서러움을 대물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세한 수도권을 벗어나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국책기관들을 지역으로 이전한 가장 큰 목적에 맞춰 지역 곳곳이 튼튼한 허리가 되어 국가발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등용문이 되어야 하겠다. 지역에 살아도 삶의 질과 다양한 기회들이 부족하지 않아야 하고, 특히 국책기관들이 지역과 상생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의 구심적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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