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땐 아버지인적 없이 혹독·엄격… 딸은 일치월장"

역도명문가를 일궈낸 김종오 봉명중 코치와 아들 효섭군, 딸 연지양이 5년 후 열리는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자신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충북 역도의 산증인인 김종오 청주봉명중학교 코치는 지난 6월 18일,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전국남·여역도선수권대회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맞게 된다. 자신이 3관왕에 올랐던 대회에서 딸 연지(충북체고)양이 31년만의 영광을 재연해 냈기 때문이다.

"자랑스럽고 또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내 딸이 얼마나 힘든 훈련을 겪어왔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날의 감동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코치는 지난 1988년 열린 같은 대회(당시 전국춘계대회) 90㎏급에 출전해 3관왕에 올랐다. 역도를 시작한 중학교 때부터 월반을 거듭해온 김 코치는 고등학교에 올라오며 박인태(전 충청대 교수) 교수를 만나며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됐지만 가정형편 탓에 역도의 꿈을 포기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다.

"과거에는 전문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면 체육선생님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어요. 그런데 1990년도부터 임용고시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선수도 교사가 되려면 공부를 해야 했죠.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기 때문에 가족을 위해 운동을 포기하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도자 생활을 이어온 김 코치는 중학생이 된 아들 효섭군을 역도에 입문시키면서 역도명문가로의 첫발을 내딛는다.

"저를 닮아 그런지 아들도 또래에 비해 힘이 있는 편이었어요. 중학교 때 제가 코치로 있는 봉명중에서 훈련을 시켰는데 소년체전에 나가 바로 은메달을 따는 등 가능성을 보였죠."

아버지를 따라 역도의 길을 걷게 된 효섭군은 2년 전 30년만의 부자 3관왕 탄생을 기대하며 전국남·여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2관왕에 오르게 된다.

"효섭이가 3관왕을 놓쳤지만 1년 후 연지가 그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에 기회가 한 번 더 있다고 생각했어요. 딸의 승부욕이 남 달라 오빠의 2관왕 소식이 더 큰 동기부여를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역도를 시작한 연지양은 경기에서 지면 눈물을 보일 정도로 승부욕이 강했다고 한다. 그런 성격을 잘 알았던 김 코치는 더 혹독한 훈련과정으로 딸을 성장시킨다.

"기록경기의 특성상 비공개로 세운 자신의 기록을 실전에서 똑같이 해내거나 그 이상을 해야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혹독한 훈련과정을 이겨냈는지가 기록을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됩니다. 또 멈추지 않고 몸이 꾸준히 성장해야 기록향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선수생활을 하는 기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해야 역도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매일 오후 9시가 넘어서는 고된 운동을 함께 했지만 냉정하리만큼 선수와 코치의 선을 지켜온 김코치의 가르침으로 연지양은 폭풍성장(?)을 거듭하며 전국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게 된다.

"부모가 자식 못 가르친다는 말이 있는데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아들과 딸을 가르치는 훈련장에서는 단 한 번도 아버지인 적이 없었다고 자신합니다. 제게 가르침을 받고 충북체고에 진학하면서 훌륭한 지도자 선생님을 만나 딸의 기록도 일취월장 했어요. 그 덕분에 31년만의 부녀 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됐습니다."

아들과 딸에게 아버지로서의 역할보다 지도자의 위치에 더 많이 선 그였지만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때면 연신 미소를 보였다.

"사춘기라는 단어를 모를 정도로 효섭이와 연지 모두 올바르게 커줘서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또 아들과 딸이 연습하면서 기록이 늘면 꼭 전화로 그 소식을 말해주는데 지도자이자 아버지인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입니다."

이어 그는 충북 역도명문가의 탄생에는 아내의 헌신이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도 전하기도 했다.

"아내가 투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고생했는데 지금도 아들·딸 뒷바라지에 정성을 쏟아주고 있습니다. 운동선수 3명을 건사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아내에 대한 감사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녀들에게 작은(?) 바람을 전했다.

"저는 아이들에게 내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아닌 그 다음 대회(파리)를 바라보고 준비하라고 말합니다. 역도는 시간을 갖고 노력을 쌓고 쌓아야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효섭이와 연지도 세계대회에 대한 의지가 강해 한번 믿어보려고 합니다."

김 코치는 선수시절 운동을 포기하면서 국가대표라는 꿈도 함께 내려놓았지만 자녀들과 함께 다시 그 길을 걷고자 한다.

"아버지이자 역도의 길을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평생 하고 싶은 것이 제 마지막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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