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과수나무 에이즈' 라는 말이 제일 싫어요.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에이즈'라고 낙인찍어요?"

충북 충주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과수화상병 피해농가 농민들의 '뼈있는' 하소연이다. 불치병이라는 뜻에서 '과수나무의 에이즈'에 빗대 부르지만 농민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잎, 꽃, 가지, 줄기 등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말라 죽어 화상을 입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과일나무에 과수농가 농민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과수계 구제역'이라고도 불리지만 구제역이나 AI보다 더 악조건이다. 이들의 경우 축사에서 예방·소독이 이뤄지고 백신도 있지만, 과수화상병은 과수원 면적이 더 넓은데다가 공기중에 노출돼있어 예방이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감염경로가 비·바람부터 곤충, 사람, 묘목 등 다양해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문제는 치료약도, 예방약도 없다는 점이다. 국외에선 1780년대 미국에서, 국내에선 2015년 안성에서 첫 발병했는데 왜 아직 예방 백신 하나 개발하지 못했을까? 현재로서는 매몰 처분 말고는 방법이 없다. 발병하면 100m 이내 과수는 뿌리째 뽑아 땅에 묻어야 하고, 발병농가는 3년간 과수재배가 금지된다.

특히 올해 발병지역을 보면 지난해 발병지역 주변으로 확인됐다. 보균이 20년간 유지돼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매년 발병 이전에 살세균제·살충제 살포, 매개곤충 방제 연막소독 등 방제에 주력해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정부는 과수화상병 피해농가에 경작 중단 손실보상금을 매년 수십억원씩 지급하고 있는데 이 예산으로 치료제 개발에 나설 일이다.

과수화상병은 7월 중순까지 더 확산될 전망이라 걱정이 크다. 세균번식이 기온 25~29도에서 가장 왕성하기 때문이다. 25일 현재 과수화상병 확진농가는 전국 103곳 중 충북지역이 91농가, 피해면적만 79.5㏊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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