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현재 충주지역의 가장 큰 숙원사업인 이천∼충주∼문경 간 중부내륙선철도 건설사업이 진행중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2년 예타를 거쳐 2006년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을 완료했다.

중부내륙선철도는 한창희 전 시장이 노선변경을 주장해 2년여를 허송세월한데 이어 2010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윤진식 전 의원이 복선화를 주장하면서 다시 늦어졌다.

당시 복선화 추진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윤 전 의원은 "단선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복선화를 밀어붙였다.

윤 전 의원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 1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해 정부에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복선화사업의 B/C(비용 대비 편익률)가 0.29로 평가돼 사실상 복선화가 무산됐지만 윤 전 의원은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중부내륙선철도 복선화가 새누리당 대통령공약에 포함됐다"고 발표하며 다시 한 번 정치적인 이슈거리로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복선화 추진은 '한 정치인의 허망한 주장'으로 끝을 맺었다.

이 문제를 놓고 충주시민들은 심한 갈등을 겪었고 오랜 기간 아까운 시간과 행정력,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됐다.

이런 과정을 돌이켜보면 현재 충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충북선고속철 동충주역 신설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두 사업은 추진과정부터 상당한 유사점을 갖고 있다.

먼저 사업 성사가능성을 따지기에 앞서 선출직 정치인의 의지로 밀어붙이려한다는 점이 그렇다.

충주시는 지난 1월 29일 충북선고속철 예타 면제 발표 이전에는 동충주역 신설 문제를 한 번도 거론하지 않다가 갑자기 이를 들고나왔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동충주역 신설 가능성에 대해 "타당성이 전혀 없다"며 부정적이다.

그런데도 충주시민사회단체들은 '동충주역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0만 명 서명운동과 대대적인 궐기대회까지 예정하고 있다.

시내 곳곳은 직능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으로 도배가 되다시피했다.

지역여론 결집을 통해 중앙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전근대적인 방식'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마치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충주시 행정만 머물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가 동충주역 신설을 원한다면 구체적이고 합당한 논리 개발을 통해 주무부처 설득에 적극 나서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동충주역 신설을 꺼내든 조길형 시장은 과연 이 사업을 공론화시키기 전까지 관련 부처를 몇번이나 방문했는지 묻고싶다.

관련부처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정작 사업의 열쇠를 쥔 곳은 외면한 채,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시민들만 앞세우는 모습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역발전에 비협조적인 패배주의자"로 치부되다 보니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기 어렵다.

일단 밀어붙였다가 '안되면 그만'인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정치인들의 판단 실수에 대한 피해는 그들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중부내륙선철도 지연으로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지금까지 책임진 사람은 없다.

동충주역 신설 주장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예타면제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한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을 고려한 충주시의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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