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
점 하나
  • 중부매일
  • 승인 2019.06.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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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교사 이야기] 이창민 충주 칠금중학교

개망초.

그토록 기다리던 봄날, 정원에 아기들 이가 나듯 귀여운 새싹들이 돋아났다. 4월, 5월이 지나면서 나물이 되거나, 잡초가 되거나, 나라 잃은 슬픔을 원망으로 받아내는 천덕꾸러기 망촛대가 되었다. 훌쩍 자라 억세진 망촛대는 나물거리도 되지 못한다. 이제 저놈의 망촛대를 무엇에다 쓸까! 고민 고민하다가 웃자라 보기 싫은 몇 포기를 손으로 뽑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예초기를 들고 윙윙 거친 소리를 질러대면서 이리저리 잘라버렸다. 그렇게 망촛대를 베어낸 정원은 어색한 가발처럼 되어 버렸다. 아! 이 가발을 어쩌나… 에라이!

6월이 되어서 다시 돋아 피어난 계란꽃 개망초가 하이얀 꽃물결을 그렸다.

점 하나.

연애 시절 그토록 곱고 예쁘던 아내의 얼굴에 점 하나가 생겼다. 흉하게 보였다. 그 '점' 보기 싫은데 뺄까? 그럴까! 동네 성형외과에 들러 점을 뺐다. 거울을 보았다. 인물 버렸다. 그 점이 매력이었었군!

인물사진.

치즈- 로 할까? 위스키- 로 할까? 근사한 배경 앞에서 폼 잡고 셔터를 누른다. 잘 나왔어? 응! 그런데 지나가는 행인도 찍혔어! 이게 영 마음에 걸리네! 뽀샵질 해서 배경을 지워버렸다. 영정 사진이 되었다. 행인이 배경이었군!

독백!

천진난만함이 사라져 버린 중학생, 교복 안 입기, 껌 뱉기, 침 뱉기, 삐지기, 싸우기, 반칙하기가 일상이다. 눈에 거슬리는 아이들 모습이 다양하고 많기도 하다. 지도나 교육을 하려하면 반항하기 일쑤다. 어릴 때는 힘이 약하니까 거부하지 못하고 따르다가 사춘기가 되고 힘이 생기면서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사춘기 아이들은 늘 일탈의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을 수업종소리와 함께 맞이한다. 잠시 후 지난 쉬는 시간의 흥분이 가라앉고 수업은 시작되는데 아직도 들어오지 못한 지각생이 뻔뻔하게 나타난다. 저 녀석은 또 어찌한다! 자초지종 따져서 겨우겨우 자리에 앉혔는데 또 시작이다. 아는 것이 없어서인지 모르는 것이 많아서인지 수업이 재미가 없어서인지 짝꿍과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주의를 주었는데도 잠깐이다. 음~ 고약하군! 이 녀석을 어쩌나! 음~ 좋아~ 수업 시간에 떠드는 아이들을 내보냈다. 이제 좀 수업이 잘 되겠군!

이창민 충주 칠금중학교 수석교사

이젠 독백이 되었다.
'점 하나'
꽃밭에 잡풀을 베었다.
가발을 쓴 것 같다.
마누라 얼굴의 점을 뺐다.
인물 버렸다.
인물사진의  배경을 지웠다. 
영정 사진이 되었다.
수업 시간에 떠드는 놈들을 내보냈다.
독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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