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만삭이 다 돼 보이는 길고양이 두 마리가 힘겹게 마당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심란하다.

생후 8개월이면 임신이 가능한 암고양이의 임신 기간은 고작해야 두 달이다. 짧은 임신 기간으로 일 년에 몇 번씩 임신을 하는 암컷의 운명은 양육과 임신으로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

처음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게 된 것도 유난히 다른 길고양이보다 잘 따르던 '야옹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녀석이 새끼를 낳으면서부터였다.

몇 달 전에도 야옹이는 새끼 다섯 마리를 뒤란에 놓아둔 종이박스에 낳았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자 무엇이 불안했던지 새끼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다른 암컷의 길고양이들도 번갈아가며 새끼를 물어오고 나르기를 반복하는 것이 이제는 별로 놀라울 것은 없지만 암컷의 운명이 참 서글퍼 보였다. 그러던 중 충주시에서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비를 지원하는 TNR 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기에 바로 신청을 하였다.

생식 기능을 제거하는 중성화 수술을 통해 대상 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TNR은 길짐승을 포획(Trap)해 중성화(Neuter)한 다음 방사(Return)하는 것을 말한다.

중성화 수술은 지정된 병원에서 유기묘뿐만 아니라 유기견도 함께 진행해 대기 시간은 길 것이라고 하였다. 야옹이가 새끼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어미의 건강과 새끼들의 안전을 위하여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옹이가 물고 나간 새끼를 잘 키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생각보다 일찍 젖이 말라 있었다. 아마도 다 실패를 한 것 같다. 녀석의 상태를 설명하며 다시 연락을 했고 또다시 임신을 하기 전에 포획하여 수술을 하기로 하였다.

중성화 수술을 위해 9시간 이상은 속을 비워야 했기 때문에 야옹이를 포획하여 케이지 안에 갇혀 두었더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에 질려 꺼내 달라고 울부짖었다.

자유롭게 다니던 녀석을 케이지 안에 가두어 두는 것은 못할 짓이었다.

수컷과 달리 수술이 까다롭다는 중성화 수술을 야옹이가 잘 견뎌줄지도 걱정이 되었다.

가끔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며 한 행동이 혹여나 고양이에게 나쁜 결과가 나올까 싶어 노심초사하였다.

'약한 몸으로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혹시, 믿었던 사람이 자신을 아프게 하였다는 배신감에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않으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다행히 야옹이는 수술을 잘 견뎌내고 포획되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케이지 안에서 축 늘어져있던 야옹이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김순덕 수필가
김순덕 수필가

"야옹 야아 옹!"

알아듣기라도 한 듯 벌떡 일어나 힘차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래그래 미안하다. 고생했어. 잘 참아냈구나."

이제 상처가 아물고 나면 다시는 힘들게 임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야옹이가 비틀대며 케이지에서 나왔을 때 야옹이의 귀를 보고 너무 놀랐다. TNR을 거친 고양이는 중성화했다는 표시로 왼쪽 귀를 조금 자른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니 많이 아팠겠다는 생각에 속상하였다. 귀를 자르지 않고도 표식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만약 야옹이가 거울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실망할까?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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