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삼 전통 잇는 '완곡삼'… 수삼 껍질 깎고 말려 유통

금산인삼쇼핑센터에 가면 인삼과 약초를 활용한 가공식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52개 점포에서 시장공동체로 묶인 상인들은 위생과 청결을 최고의 가치로, 오로지 금산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 금산군 제공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금산 인삼약초시장에서 수삼센터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 금산국제인삼시장이다. 1986년 개설한 국제인삼시장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기준을 통과한 백삼, 홍삼을 유통하고 있다. 곡삼은 수삼을 깎고 말리는 과정 자체가 금산의 문화유산으로 대접받고 있다.
 

#금산 곡삼을 아시나요

금산 국제인삼시장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정승철 조합장은 금산 인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곡삼을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완전한 형태의 곡삼이라고 해서 완곡삼(커브인삼)이라고도 불리는 금산의 곡삼은 백제삼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것이 정 조합장의 말이다.

반곡삼 형태를 띠는 풍기, 직삼인 강화와 달리 금산에서는 몸통이 작으면서 중미의 다리가 발달해 영양 상태가 충만한 삼을 왕골로 감아 말려 유통했다. 인삼은 가공법에 따라 수삼과 백삼, 홍삼, 태극삼, 흑삼 등으로 구분하는데 밭에서 캐내 가공하지 않은 4~6년 근 삼이 수삼이고, 곡삼은 백삼의 다른 말이다.

수삼과 달리 백삼은 손이 많이 간다. 껍질을 벗기고 세척해 건조한 후 접기 쉽도록 물잽이를 해서 왕골로 감아 말린 후 형태가 잡히면 왕골을 빼내 검사 후 유통하는 것이 바로 백삼이다.아 홍삼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수삼을 수증기로 찐 것으로 백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많고, 태극삼은 수삼을 일정 시간 뜨거운 물에 익혀 건조한 것을 말한다.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린다는 뜻의 구증 구포한 것은 흑삼이다.

금산 인삼약초시장에서 금산을 대표하는 곡삼을 오랜 기간 유통해 온 시장도 바로 국제인삼시장이다.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은 한약재로 절삼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승철 조합장은 약사법을 개정해서라도 인삼산업법에 검사한 다양한 백삼과 직삼을 유통,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분검사에서도 곡삼의 우수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정승철 조합장이 2012년 (재)금산국제인삼약초연구소에 의뢰한 시험성적표에 따르면 g당 진세노사이드 함량은 절삼(4.97mg)보다 곡삼(16.54mg)이 3배 이상 많았고, g당 조사포닌 역시 곡삼(63.74mg)이 절삼(53.53mg)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곡삼을 만드는 전통은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것이 국제인삼시장 상인들의 말이다. 한 때 1천억 원 시장을 형성했던 금산국제인삼시장은 약사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낮에도 문 닫힌 점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난 5일 충남인삼산업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정승철 조합장은 현행 약사법으로는 인삼 종주지로서의 금산을 활성화시킬 수 없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좋은 품질의 약재가 한약재로 유통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승철 조합장은 "수많은 농산물 가운데 유일하게 인삼만 인삼산업법이 있다"면서 "경작부터 제조, 검사, 판매, 유통까지 인삼산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취지로 관련 법을 개정해 인삼의 종주지이자 집산지이면서 수도였던 금산의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산국제인삼시장 조합에는 모두 230여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며 "화폐가 오고 가는 시장이 아니라 정이 오고가는, 다시 찾고 싶은 시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인삼으로 만든 모든 것

인삼과 홍삼, 약초 가공품을 판매하는 시장으로는 금산인삼쇼핑센터(대표 김광욱)가 있다. 52개 점포에서는 금산에서 제조한 다양한 홍삼 제품 및 가공품, 약재 분말을 한 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어떤 점포를 가도 즉석 분말기를 접할 수 있는데 건조한 약재를 소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갈아서 판매하고 있다. 4년 근과 6년 근 홍삼을 갈아 분말로 판매하거나 아가리쿠스버섯과 하수오, 천마, 동충하초 등의 분말을 갈아 판매하기도 한다.

홍삼 농축액도 다양해서 '메이드 인 금산' 제품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홍삼절편을 비롯해 홍삼으로 만든 사탕, 젤리, 캬라멜, 강정, 연양갱, 건빵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뿐만 아니라 하수오, 천마 분말을 비롯해 홍화씨와 소화제 종류의 환을 가공한 제품을 접할 수 있다.

쇼핑센터의 볼거리를 꼽으라면 단연 장식용 담금주 시장이다. 없어서 못 팔만큼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장식용 술병에 담긴 인삼은 집집마다 모양도 다양해서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수삼으로 편을 만들어 장미꽃 모양을 내는 집이 가장 많고, 인삼과 잎을 통째로 넣어 담금주를 내놓는 집도 있다. 삼의 수량에 따라 술병 크기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작은 병은 1만5천 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담금주 시장이 가장 활기를 띠는 시기는 명절 전이다. 만들기 무섭게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줄을 잇는다. 택배가 발달했다고는 하나 담금주는 직접 수령을 원칙으로 해서 명절 전 쇼핑센터를 찾는 발길이 가장 붐빈다.

김광욱 상인회장은 "금산인삼쇼핑센터에 처음 오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면서 "한 번 시장을 방문하면 다시 찾고 싶을 만큼 다양한 제품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금산인삼쇼핑센터 상인들은 "안전성 검사를 받은 인삼으로 제조한 금산의 가공품은 품질도 가격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직한 제품"이라며 "건강효도 관광, 힐링 관광지로서도 만족할 수 있는 시장이 바로 금삼 인삼약초시장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력생산 통해 '품질 강화'… 해외수출·관광객 유입 최선

길기주 금산군 인삼약초과장

일찍부터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 정착에 힘써온 금산군은 철저한 이력 생산을 통해 인삼의 품질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품질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길기주 인삼약초과장은 금산군수가 인증하는 G마크를 비롯해 GAP인삼 인증 확대를 군의 대표적 노력으로 꼽았다. 이는 국내시장 뿐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길기주 과장은 "품질 기준을 통과한 업체의 제품이 유통되고, 해외로도 수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금산 인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맛보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관광을 접목한 원스톱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개최하는 인삼축제 이외에도 문화가 결합된 상설시장을 통해 관광객 유입에도 힘쓸 계획이다. 길기주 과장은 금산군이 추진하고 있는 인삼약초진흥원 설립이 탄력을 받으면 인삼약초산업도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진흥원 설립은 민선7기 문정우 금산군수의 공약이기도 하다.

길기주 과장은 "진흥원이 설립되면 인삼산업에 대한 효과적 지원은 물론 각종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침체된 금산인삼약초시장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

■GAP인삼 인증현황(단위: 명, ha, 백만원)<br>
■GAP인삼 인증현황(단위: 명, ha,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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