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신경망(神經網)의 한축인 우정(郵政)이 사상 첫 파업의 위기에 직면했다. 우체국 집배원들이 포함된 우정노조가 압도적인 조합원 찬성표를 바탕으로 총파업을 예고한 것이다.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았지만 국가기간 조직의 하나인 우편업무의 중단은 중차대한 일이다. 노조 출범 60년만에 파업을 결의하게 된 까닭을 살펴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노동에 의한 과로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 달라'는 것이 집배원들의 파업 이유라면 이번 파업 결정은 그들만의 일이 아닌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사안인 것이다.

집배원들의 과도한 근무시간은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부분이다. 이 문제는 최근들어 과로 등으로 인한 집배원들의 죽음이 잇따르면서 수면위로 떠오른 상태다. 다른 집배원들이 파업으로 걱정과 울분을 분출해 낸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올해 9명 등 2010년부터 현재까지 82명이 과로로 숨졌고 교통사고와 낙상사고는 각각 1천여건 안팎이다. 최근 10여년 남짓동안 사망자만 200여명에 이른다. 충청권만을 따져도 같은 기간 모두 30명이 숨졌다. 특히 이들의 1/3(11명)이 과로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뇌심혈관 질병으로 사망해 과로사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집배원들의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인데 우정사업본부측은 노조측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업본부측에서 내세운 이유는 표면적으로 우편사업 적자 등 경영악화와 택배시장의 경쟁 가열 등이다. 이외에도 지속적인 증원이 이뤄지고 있고, 정부예산에 따라 임금을 지급해 자체적으로 인상이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집배원 과로사가 말해주듯이 이들이 열악하고 과중한 근로여건 속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정부 부처에서 우편사업 등을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들어 시행되고 있는 주52시간 근무도 집배원의 근로 여건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업무량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을 지키다보니 노동강도가 세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도시 우체국 등을 제외하고는 우편물과 택배 분류를 집배원들이 가외시간에 따로 해야 한다. 업무 특성상 그날 일을 미룰 수도 없고, 예비인력도 없다보니 질병·휴가 등 결원이 생기면 업무가 가중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일반 우편물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등기·택배는 계속 늘어나 업무량 증가에 따른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게 집배원들의 주장이다.

내달 9일 파업을 하면 충북에서만 900명이 넘는 집배원이 동참해 전체 159개 우체국 가운데 20% 이상이 영업중단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장면이 예상된다. 그나마 파업 참가인원을 제한한 법 규정 덕분에 전면적인 파업과 그에 따른 물류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파업까지 가도록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잘못으로 공공서비스에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관리 기관을 떠나 우리사회가 짊어질 책임이다. 정부의 고심과 지원이 이뤄지고, 사회적 관심과 동참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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