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양재은 단양군청 평생학습팀장

단양군 평생학습센터에 근무한지 벌써 2년여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교육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교육에 참석하시는 많은 분들을 만났다.

그 중 가장 나의 눈길과 관심을 끄는 분들은 문해교육을 배우시는 어르신들이다.

이들은 항상 수업 시작 전에 미리 오셔서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수업에 임하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선생님을 기다리신다.

가난과 전쟁의 시대적 여건으로 인해 초등학교 교육을 마치지 못하셨기에 가슴 깊이 새겨진 한(恨)과 원망이 많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묵묵히 자녀들을 잘 키워내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삶을 일구어 내신 분들이다.

단양관내에는 현재 18개 마을학습장에서 164명, 평생학습센터에서 운영하는 초등학력 인정 및 예비중학과정 4개반 44명이 함께 공부하고 계신다.

엊그제 이분들이 직접 쓰시고 그림을 그리신 시화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다.

손으로 꼭꼭 눌러쓴 반듯반듯한 글씨와 그 속에 묻어난 인생의 경험과 배움의 즐거움이 담겨있어 마음이 숙연해졌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시대, 손글씨보다 손가락으로 자음과 모음을 눌러 글을 쓰는데 더 익숙한 우리들에게 삶의 지혜와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세상을 읽고 나를 쓰다'

양재은 단양군청 평생학습팀장
양재은 단양군청 평생학습팀장

국가문해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화면이다.

지금껏 글을 몰라 답답했던 분들이 한글을 배우셔서 세상에 눈을 뜨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가!

누구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졌던 교육의 기회가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절실하게 원했지만 얻지 못했던 소원이었다는 것.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큰 울림을 준다.

지금까지 나는 그토록 뜨겁게 배움의 열정을 불태웠던 적이 있었던가...

반성해 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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