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정 1군 감염병인 'A형 간염'의 확산이 예사롭지 않다. 이미 올해초부터 심상치않은 조짐을 보였던 A형 간염 발생이 봄철을 지나 여름으로 가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경로와 원인은 여전히 깜깜하기만 하다. 지난 3월에 인구 10만명당 환자수가 10명을 넘어선 대전과 세종은 6월 현재 76명과 57명을 뛰어넘었다. 이는 3개월새 4~5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다른 지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충북과 충남도 30명을 넘어 여전히 전국 3, 4위를 유지할 정도로 충청권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유난스러운 A형 간염 발생현황을 예년과 비교해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들어 충북에서 발생한 환자수는 총 540명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환자(445명)보다 많다. 채 6개월도 안된 기간동안 지난 5년치 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생긴 것이다. 기승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폭발적인 증가세다. 대전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최근들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지난해까지 같은 기간 10만명에 44.9명이었던 환자가 올핸 76.1명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마디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A형 간염은 물과 식품 등을 매개로 한 감염병으로 주로 오염된 지하수 등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동일한 음용수나 조리식품을 사용하는 학교나 직장, 음식점 등 집단적으로 급식이 이뤄지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잠복기는 보통 15~20일 정도지만 최대 50일까지 바이러스가 살아있을 수 있어 발생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또한 환자 발생이 집중되는 젊은 성인의 경우 급성간염을 일으키거나 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간세포가 망가지기도 한다. 치료제가 없는데다가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정도여서 더욱 위협적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발생 현황과 더불어 올해 상황에 특별히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까닭은 예전과는 달리 개별적이면서 간헐적으로 환자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감염경로 확인 등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직까지도 원인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계절적으로 외부활동이 많아지고 기온이 오르면서 환자발생이 늘어나고 있어 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감염시 황달 증세를 보이기까지 바이러스 활동이 가장 왕성해 발열·복통·설사 등의 증상을 보일 경우 빠른 격리조치를 해야 한다.
A형 간염이 봄철부터 기세등등했던 만큼 보건당국에서도 팔을 걷고 나섰지만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다. 앞으로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집단발생이 별로 없었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지역과 무관하게 충청권 전역에서 감염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지경이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비상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 대상은 당연히 감염 원인, 확산 경로가 우선돼야 하고 충청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배경도 확인돼야 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확실한 감염원인 파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