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노소회 총무를 맡고 있는 옥천군청 소속 이모 팀장이 20년 넘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불노소회 장부를 넘겨보고 있다. / 옥천군 제공
불노소회 총무를 맡고 있는 옥천군청 소속 이모 팀장이 20년 넘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불노소회 장부를 넘겨보고 있다. / 옥천군 제공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인구 5만명 남짓의 아담한 시골 지역인 옥천군에서 공무원과 주민들이 정성을 모아 23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긴 시간 쉽지 않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매달 어려운 이웃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현금을 지원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주인공은 '불노소회'(회장 무기명)라는 기부 모임.

현재 총 63명(공무원 31, 주민 32)의 회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임에서 지금까지 지역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 돈은 자그마치 1억5천20여만원에 이른다. 수혜자만 해도 총 106명이다.

이들이 따뜻한 선행을 베풀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6년의 일이다.

당시 옥천군 상수도사업소 시설계 소속이었던 공무원들은 출장을 나가는 길에 우연히 교량에 걸려 있던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를 도와 달라"는 현수막을 보게 됐다.

백 번의 결심보다 한 번의 행동이 낫다는 공통된 생각을 하게 된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박한 나눔을 실천하는 모임을 갖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당시 시설계장으로 있었던 최영식 전 안전건설과장 등 공무원 7명이 첫 결성 멤버다.

이들은 불우한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돕는다는 의미를 담아 '불노소회'라 모임 이름을 짓고, 회비를 모을 통장도 만들었다.

각자 한 달 치 회비 1만원씩을 내 모은 7만원으로, 그해 7월 소년소녀가장과 홀몸 어르신 등 3명에게 처음으로 2만원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주위 동료들과 지인들에게 발품을 팔며 알린 덕에 모임 결성 1년 만인 1997년 7월에는 회원수가 16명으로 늘어났고, 수혜자도 5명까지 늘려 이들에게 3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했다.

현재는 63명의 회원들이 월 회비 1만원씩을 내 소년소녀가장과 홀몸어르신, 장애인 등 11명에게 5만원씩의 생활비를 달마다 지원하고, 설과 추석 명절에는 20kg 상당의 쌀을 선물하고 있다.

대상자는 군 주민복지과나 마을 이장 등의 추천을 받아 결정한다.

한번 지원한 대상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취업이 돼 형편이 나아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지원을 하는 관계로 길게는 20년 가까이 도움을 받은 이도 있다.

결성 멤버 중 한명인 김 모씨는 "친한 직원들끼리 소박하게나마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나눔이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겼다"며 "각자에게는 적은 금액일수도 있지만 이웃들에게 조금만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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