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로 담아낸 수몰민의 애환과 추억 "가슴이 먹먹하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문의주민자치위원회가 주관한 2019년 상반기 마을공동체 지원 시범사업 '잃어버린 고향 40년 '나의 살던 고향은 사진전시회 및 특강'이 오는 5일까지 문의대청호카페에서 개최된다.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가 지원하는 이번 사업은 수몰 40년을 맞은 문의면의 옛 모습을 통해 추억을 되찾고 문의면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8일까지 문의복지회관에서 열린 문의면의 수몰 전 사진은 김운기 전 충청일보 사진부장의 제공으로 이뤄지게 됐다. 전시되는 사진은 1977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당시 생활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야~ 이 학생들도 이제 모두 중년이 됐을텐데. 영광스럽고 감격스럽네요."

지난달 25일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의복지회관에 문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주민들은 수몰전 문의 사진을 보며 당시를 기억하며 추억을 나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빨리 복지회관으로 와봐유. 여기 우리 시어머니가 사진에 나왔어~. 빨리 와유, 빨리~."

복지회관에 먼저 와 있던 박창분(64)씨가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사람은 박씨의 남편 이원태(72)씨다.

"아이고. 우리 어머니가 진짜로 여기 있네. 가슴이 먹먹하네요."

이원태씨는 어머니가 찍힌 사진을 들고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어머니가 인정이 많으셨어요. 아버지가 62세에 돌아가고 어머니가 52세부터 혼자 사셨는데. 어머니가 신고 있는 검정고무신도 제가 사드린거에요. 저 지게는 아직도 집에 있는데. 어머니는 집을 부술때까지 집 안에서 안나오셨어요."

이씨의 말에 이어 부인 박씨는 "인정이 많으셨다고? 나한테는 고약했었는데"라며 한바탕 웃음 바다가 되기도 했다.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며 사진 작품을 감상한 이씨는 "이렇게 생생하게 그때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너무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을 줘도 살수 없는 귀중한 것들을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수(68·여) 문의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도 23세의 나이에 문의로 시집와 수몰전까지 6년을 살다가 80년에 문의면으로 나와 살기 시작했다.

"40년 전 당시에는 수몰 예정이어서 전기도 넣어주지 않았었죠. 두레박에 물을 길어 생활했고 등불을 들고 새벽 1시까지 냇가에서 빨래도 빨고 그랬어요."

김 부위원장은 당시 삶의 터전이 수몰되고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해 너무 힘들었고 못살겠다며 시위를 했을때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당시에는 2시간 밖에 못자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소죽 끓이고 시부모님과 식구들 줄 아침 준비하고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은 사는게 천국이에요.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의면주민자치위원회는 이곳의 아픈 역사도 있지만 고향에 대한 인식 개선과 주민의 화합을 통해 이곳을 인근 주변부터 시작해 많은 분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수자원보호구역 지정으로 개발이 제한돼 도시재생 프로그램 개발로 지역사회 활성화를 도모하려고 뜻을 모았다.

지난해부터 문의면 도시재생프로그램에 함께해온 김경식 청주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는 "문의의 천혜의 자원과 인프라를 갖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잘 만들어서 발전시켜야한다"며 "수몰지구 40년이라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이제 문화로 별빛 마을을 찾고, 아픈 고향은 없어졌지만 지금 별빛은 4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으니 이곳을 많이 보러오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의 주민들의 희생 결과로 충청 사람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다"며 "그분들이 문의를 바라보는 인식 변화를 시켜 문의 주민 덕분에 생명수를 먹고 있다는 인식 개선을 통해 문화적 도시재생의 파급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일현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자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며 "과거를 되새기고 추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병국 청주시의원은 "문의는 예부터 물이 많고 인재가 많은 지역으로 밖으로 나가는 주민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전시된 사진을 보니 옛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지역 어르신들과 협의를 통해 전국, 세계에서 많은 분들이 찾는 곳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문의면장도 "도시재생프로그램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고향이 수몰됐다고 기죽지 말고 주민 모두가 함께 해 문의를 더 많이 알리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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