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학교 설립… 의병·구국의 산역사

복원된 덕신학교 모습. /신동빈
복원된 덕신학교 모습.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독립운동가 정순만 선생의 고향이자 일제시대 청주지역 근대교육의 산실 중 하나인 덕신학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10여 년 전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덕촌리에 세워진 이 학교는 마을주민 주도의 비영리법인 활동을 통해 지난 3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공모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중부매일은 정순만 선생과 덕신학교의 역사를 통해 '덕촌리 독립운동 마을이 조성'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민간 주도 근대교육기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전국에서 의병이 봉기함은 물론 사립학교 건립운동이 잇따라 일어나게 된다. 이에 청주 옥산면 덕촌리를 중심으로 집성촌을 이루고 있던 하동 정씨 가문은 독립협회와 상동청년회 간부로 활동하던 정순만 선생을 중심으로 1906년 5월 15일 덕신학교(초대 이사장 정재봉)를 설립한다.

신채호, 신규식 등이 주도한 문동학교 등과 더불어 청주지역 8개 사립학교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한 덕신학교는 민족구국운동의 뿌리가 된 것이다.

이후 덕신학교는 1909년 8월 19일 정식 인가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1911년에는 제1회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이후에도 관내 학생들을 교육해 왔다. 하지만 민간 주도로 운영되던 이 학교는 1919년 개교 13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 3·1운동 이후 일제가 문화통치라는 식민지배 정책을 내세우며 충북 3·1운동을 주도한 덕촌리 지역을 탄압, 덕신학교를 폐교한 것이다.

◆'헤이그 특사' 지원한 정순만

아들 얼굴을 바탕으로 제작된 정순만 선생 초상화.

정순만(1876~1911년) 선생은 독립운동 당시 이승만, 박용만과 함께 '삼만'으로 불리며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을미의병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독립운동 활동을 한 그는 적십자사 설립운동, 보안회 황무지 개간권 이양 반대운동, 을사늑약 반대 및 폐기투쟁 등을 전개하며 활발한 국내운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민족운동의 한계를 느낀 그는 1906년 이상설, 이동녕 등과 함께 북간도 용정촌으로 망명해 국외 독립운동에 나선다.

이 무렵, 1907년 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정순만은 특사로 파견되는 이상설을 보좌하기위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자리를 옮긴다. 이 과정에서 특사파견을 위한 자금조달에 힘쓰며 연해주 지역 한인들로부터 2만원의 의연금을 모으는 등 큰 공을 세우게 된다.

또 정순만은 안중근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여러 차례 만나며 독립운동에 대한 계획을 세워나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정순만은 러시아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이를 돕는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의 거사는 성공으로 끝나고 일본에 붙잡힌 그를 위해 정순만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인다. 일본은 당시 안중근 거사의 배후로 정순만을 지목할 정도로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 일대에서의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뷰 - 정열무 정순만기념사업회 운영위원

 정순만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있는 옥산면 덕촌리는 40여 년 동안 3·1절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등 애국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또 하동 정씨를 중심으로 (사)애국지사 검은 정순만 기념사업회를 조직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순만 기념사업회 정열모 운영위원은 "정 선생께서 러시아 등 외국에서 주로 활동하다보니 독립운동에 대한 기록을 확인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다"며 "그래서 마을 주민들과 후손들이 힘을 합쳐 정 선생을 기념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독립운동 마을조성 사업에도 선정되며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됐습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2011년 검은 정순만 선생 유고집 발간결의하고 정 선생 초상화 제작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5년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국가보훈처로부터 비영리 법인에 대한 허가를 받는다. 또 옥산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옛 덕신학교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독립운동 정신 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기념사업회 소식지인 '덕신회보' 발행, 3·1운동 100주년 기념 태극기달기 운동 전개, 역사현장 답사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며 진정한 주민주도형 사업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정 위원은 "교육을 통해 나라를 지키려 한 정순만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지역 학생들이 올바르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덕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 마을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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