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혜란 청주시 서원구 건축과 주무관

어렸을 때의 일이다. 부모님이 한적한 시골마을에 주택을 새로 지어 이사를 갔다. 새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니 어린 마음에 들떴지만 부모님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집안 이곳, 저곳에 하자가 잇따라 발견됐고, 시공업자에게 보수를 요청했지만 바로 조치해준다고 말만 하고서는 이리저리 핑계대기 바빴다. 이에 아버지는 선택의 여지없이 소송을 진행했다. 어린 기억 속에 새 집으로 이사하고, 하자로 인한 재판을 이어가며 몇 년간 속 끓는 부모님 모습에 우리 새 집은 엉터리 집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다. 그때부터 '잘 지은 집'을 부모님께 선물해드리고 싶다는 꿈이 항상 가슴 한편에 남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 건축공학과에 진학하고 다른 건축 업무를 몇 년간 하다가 얼마 전 건축직 공무원이 됐다.

엉터리 집이 지어진 지 약 25년이 지난 지금도 주택 하자에 대한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그중 하자 민원 비율이 높은 단독주택은 요즘 환경적인 이슈로 전원주택을 꿈꾸는 젊은 부부들과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촌해 주택 생활을 시작하는 중년들이 많이 선택하는 주거 형태다.

건축법상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는 주택은 우리나라 전체 주택 가운데 23%에 달하며, 대부분 소규모 업체에서 시공하기에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된 하자 보수가 보장되지 않아 품질이 낮은 주거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건축주들은 계약서에 하자 보수에 대한 내용을 기재하고, 하자 보수 보증보험이 들어 있다는 업체 말만 믿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적지않다.

모혜란 청주시 서원구 건축과 주무관
모혜란 청주시 서원구 건축과 주무관

하자가 발생했을 때 보수를 요청하면 '나 몰라라'하며 태도가 돌변하는 시공업체들이 있다. 이때 다시 보험 내역을 꺼내보면 골조(구조체)에 대한 내용만 있어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처럼 하수배관, 지붕 누수 등 결함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하고 건축주들은 하자를 해결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오랜 시간 동안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금전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래서 '집 짓고 나면 10년 늙는다'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집을 잘 짓기 위해서는 책임감 있는 설계자와 시공자를 선택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혹시나 나중에 있을 하자나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단독주택 품질보증상품에 가입하는 것 또한 방법이다. 가입 대상은 건축허가를 받은 단독주택(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중주택, 공관)이며 품질보증 기간은 품질보증 내용에 따라 1~5년으로 다르게 적용된다.

보험채권자는 건축주 또는 주택 소유자이고 주채무자는 시공자(주택 건설 사업자, 건축업·토목건축업 면허자)로 하자의 보수 이행을 책임진다. 보험은 만일을 대비한 방어와 같은 존재로 처음에는 헛돈을 쓴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10년 늙지 않기 위한 방책이 될 수 있다. 이제 막 공직생활을 시작했지만 30년 뒤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할 때 쯤이면 주택건축 하자로 인해 고통 받는 민원인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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