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이건 심각한 보안유출 사고입니다. 국방부에서 발생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최고 기밀문서입니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어떻게 거짓말을 했는지 무려 7천 페이지에 걸쳐 나왔다는군요. 그들의 거짓말 이젠 끝내야 해요. 우린 엄청난 정부기밀을 폭로하는 거예요. 불법은 아니죠? 고상한 일만 하려면 왜 신문사에 왔나.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

미국이 30년간 숨겨온 기밀문서를 언론이 폭로한다는 굵직한 서사가 자리하고 있는 영화 '더 포스트'(The Post)의 메인 줄거리다.

이 영화는 언론이 사건을 고발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언론인들의 자세와 치열함을 담고 있다. 정부라는 거대 권력과 자본 앞에서 언론의 자유와 충돌하며 발생하는 갈등과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언론들의 연대도 그렸다.

또한 영화 속 인물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보도를 할 수 있다는 '언론 자유의 가치'는 1971년의 미국에 머물지 않고 스크린을 넘어 현재, 바로 지금으로까지 이어진다. 현재 우리가 있는 여기, 지금도 언론 자유의 가치를 두고 일어나는 일들은 팽배하다.

한 달여 전 충북도교육청은 행정 하자를 질타하는 언론에 비밀문서 유출을 내세워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서면서 공직사회 안팎에 파문을 일으켰다.

문맥도 이어지지 않는 엉터리 공문을 시달해 행정 불신과 망신을 자초한 충북도교육청은 반성은 커녕 경찰 고발을 통해 언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비밀문서라고 주장하는, 기사에 인용된 시행문에는 교육청 보안상황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비공개 대상'이어서 '공공기록물관리를 위반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엉터리 행정'에 대한 자성보다 문서 유출을 문제삼아 사안을 호도하려는 '어설픈 시도'라는 점에서 공직 안팎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고발 업무를 수행한 도교육청 감사관은 경찰이 조사를 하더라도 기자의 직업윤리 상 제보자를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도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찰을 통해 취재활동에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숨은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태로 충북도교육청의 왜곡된 언론관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에 출입기자단은 '도를 넘은 부적절한 대응'을 묵과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여기에 충북기자협회도 성명을 통해 "언론 제보자 색출을 위해 경찰 수사를 의뢰한 도교육청의 행위는 언론자유 침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도교육청의 고발에는 조직내부 제보와 언론의 비판보도를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경찰수사도 '각하 의견'으로 마무리 됐다. 수사로 얻을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은 점 등이 각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하지만 한 달여 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교육청 관계자들은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본인들의 입장만 구구절절 해명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공익신고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용기 있는 내부고발이나 공익신고는 올바른 사회를 만든다. 그렇기에 공익제보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처음으로 열린 청주시의 공익제보자 보호지원 위원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충북도교육청의 언론관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