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먹을 가까이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는 뜻으로, 사람은 주위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그 행실을 보고 배움으로써 자연스럽게 스승을 닮게 되고, 나쁜 무리와 어울리면 보고 듣는 것이 언제나 그릇된 것뿐 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일깨운 말이다.

봉생마중 불부직(蓬生痲中 不扶直), '굽어지기 쉬운 쑥대도 삼밭 속에서 자라면 저절로 곧아진다'는 뜻이다. 삼은 크고 곧게 자라는 식물인데 쑥도 삼밭 속에서 자라게 되면 삼의 영향을 받아 곧게 자라게 되는 것이다. 사람 또한 인품의 향기가 나는 사람과 어울리면 내 몸에서도 인품의 향기가 날 것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아들이 거칠고 무례한 소년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아버지는 정원에서 빨간 사과 여섯 개를 따다가 쟁반 위에 얹어 놓고 아들 앞에 내밀며 다 익을 때까지 며칠 그대로 간직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완전히 썩어 버린 사과 하나를 함께 두었다.

이것을 본 아들은 "썩은 사과가 다른 사과를 모두 썩게 할 텐데요."라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싱싱한 사과가 썩은 사과를 싱싱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겠니?"라고 했다. 그로부터 8일이 지난 뒤 사과는 모두 썩어 버렸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그제야 아버지는 아들을 타일렀다. "얘야,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 너도 결국 나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여러 번 말하지 않았더냐? 썩은 사과 한개 때문에 싱싱한 6개 모두 썩어 버린 것을 보면, 나쁜 친구와 사귈 때 네가 장차 어떻게 될지 이제는 깨닫겠느냐!"

비둘기 한 마리가 까마귀와 친구가 되었다. 얼마 후 비둘기는 너무도 그럴싸하게 "까욱까욱"하고 울게 되었다. 울음소리만 들은 사람들은 모두가 까마귀라고 여길 정도였다. 부지런히 까마귀의 모든 것을 배운 비둘기는 이내 까마귀처럼 솜씨 좋게 도둑질하는 법도 배웠다. 도둑질의 명수라는 까마귀를 스승으로 두었으니 그에 못지않은 제자가 나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비둘기는 수많은 밀알들을 훔쳐 먹기 시작했고 밭에 널린 곡식들은 모두 그의 먹이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 많이 훔쳐 먹었기 때문에 마침내 농부들은 도둑질한 장본인을 잡기로 마음먹었다. 비둘기는 결국 힘없이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비둘기를 잡은 농부는 비둘기를 맛있게 구워 식탁 위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비둘기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자기가 "까욱까욱"하며 울고 곡식을 도둑질하게 가르쳐 준 장본인은 못된 까마귀라고 말했다. 그러자 농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핑계는 소용없어! 만일 네가 다른 비둘기들과 어울려 다녔거나 잠자코 집에 있었다면, 도둑놈이 되지도 않았을 테고 내 먹이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넌 까마귀와 다니면서 까마귀의 나쁜 버릇을 배웠다. 그래서 오늘밤 너를 구워먹을 것이다. 나는 네 고기로 내가 잃은 밀알을 보충할 것이다."

나쁜 사람과 어울려 다니는 분별없는 사람은 비참한 운명을 맞이한다. 지혜로운 친구와 교제하면 더욱 지혜로워지고, 악한 친구와 어울리면 악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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