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친구한테 생일 선물을 받은 동생이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벌레 씹은 표정처럼 굳어 있다. 왜 그렇게 언짢은 표정이냐고 물으니 '생각지도 못한 친구한테 갑자기 선물을 받아 좋아서 그러는데. 내 표정이 어때서?',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아서', '그래? 나는 아주 기쁠 때 보통 이런 표정을 하는데, 그럼 다음부터는 표정관리 좀 잘 해야겠네!'

사람들은 보통 슬플 때 울지만, 뜻밖의 기쁜 일이나 벅찬 감격에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이는 감정을 조절하여 상반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상대의 감정전환을 위해 상정을 초월하려는 그 마음은 결코 편하진 않으리라.

진정한 배려는 우산을 씌워주지 말고 같이 비를 맞는 것이라고 한다. 슬픔을 나누려면 같이 울어줘야 반으로 줄어들고, 기쁨을 같이하려면 함께 웃어줘야 배로 늘어남을 모르지 않음에도 정반의 표정을 지키는 속은 무엇일까. 이런 경우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하던가?

표정의 기복이 다양한 사람을 두고 보통 변덕꾸러기라고 한다. 종을 못 잡아 상대하기 어려운 위인으로 달변과 감언의 변화무쌍을 몸에 달고 조변석개와 조삼모사를 밥 먹듯 하니 신뢰가 안 되기에 조심해야 한단다. 그럼에도 그 주변으로 다가서는 이들이 많은 것은 또 무슨 조화인가. 그냥 유유상종으로 치부해도 될까?

겉과 속의 분별이 안 되니 참(眞)을 채려고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도 양파 속은 캄캄하다. 내가 의심하고 살피려하나 순도를 한참 넘어선 상대의 태연자약함은 가히 소름을 돋게 한다. 솔직하지 못한 나에게 당신이 바보가 될 순 없었으리라.

자신의 감정마저 자가용과 접대용으로 이분하니 스스로를 부정하여 내 마음 나도 모르는데 남의 속을 어찌 알고 맞장구를 쳐줄 것인가. 스스로 삶을 어렵게 배배꼬고 있으니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분별 못해 속세복권의 복불복 시류 따라 죄 진자가 천국행의 요행을 타기도 한다는데, 이 또한 한담인가?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도리 없이 '그건 무슨 표정, 말, 시추에이션, 제스처, 감정, 느낌, 표현, 액션, 리액션, 그림이야?'라고 주위에 묻고 되물어도 추측일 뿐 정답은 없다. 이런 정서가 부모와 자녀간이나 교사와 학생 간, 심지어 조사자와 피의자 간에도 상식화되고 있으니 감정하나 읽지 못하는 눈 뜬 장님들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다. 부모보다 더 신뢰한다는 친구도 이 범주를 못 벗어나니 어디에서 선생을 찾아 길을 물어야하나!

바르고 고운 마음씨 길러 세상을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하려는 인성과 민주시민교육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도 이에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론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어느 것이 바르고 정의로운 것인지 모르는 게 아님에도 바른 행동으로 옮겨가지(實踐) 않고 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누가 그렇게 애바르게 키웠을까. 우리 모두가 그 책임자임을 통감해야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上濁下不淨)고 목청 높여 훈계하던 당신 자신부터 뒤돌아보고 필요하다면 마음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바꿀 수 있음을 믿고 꼭 한 번 실천(先信後行)해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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