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중략-",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가수 이적의 '달팽이' 노래 가사다. 언뜻 이해하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달팽이의 희망 같기도 하지만 사실, 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삶의 무게에 짓눌린 모습을 예리하게 꼬집는 노래이기도 하다. 얼마 전 아는 사람으로부터 달팽이 대여섯 마리를 얻은 적이 있다. 패각(a shell, 貝殼)이 있는 달팽이, 패각이 없는 민달팽이…. 달팽이 가족을 맞이하고 보니 신기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등하굣길에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이젠 달팽이 구경이 거의 어려울 정도다. 바닷가 간척사업이나 도시화의 물결로 달팽이 서식지와 이동경로가 많이 훼손,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다 운이 좋아야 겨우 습지나 산 속에서 발견 가능한 일이 되었다. 페트병(plastic bottle)에 먹이(풀과 채소)와 물을 넣어 정성스럽게 보내진 달팽이, 그래서 더 애정이 갔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발생했다. 그 페트병의 마개가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고온과 산소부족으로 시달려 그들은 모두 움직이지 않는 조형물로 남아 있었다.

먼 옛날, 달팽이 조상은 바다에 살다 먹이를 찾아 조금씩 육상의 습지와 그늘 따라 올라오게 되었단다. 놀랍게도 달팽이는 폐로 호흡하는 생물이다. 2쌍의 더듬이가 있고 작은 더듬이는 후각을 담당한다. 큰 더듬이 끝에는 눈이 달려 있고 시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빛의 밝기 정도만 겨우 구별한다고 한다. 달팽이집이라고 불리는 패각은 나선형 방향에 따라 오른돌 달팽이, 왼돌 달팽이로 구분한다. 번식은 암수 한 몸으로 '호흡공(呼吸孔, 호흡하는 구멍)'에 정자를 서로 넣어 수정이 이루어지며 물속 땅을 파서 여러 개의 알을 낳는다. 알이 부화되면 밤하늘 별들처럼 눈부신 이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점액질이 있어 거친 길을 잘 가며 패각이 손상되거나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뮤신(mucin)'의 성분으로 복원력이 우수하다.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어린 시절, 해 뜰 무렵 풀잎과 비 오는 날 나무 잎사귀 뒤 달팽이 여행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멀리 가려면 달팽이처럼 천천히 가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 교육도 생명력이 숨 쉬는 아름다운 풍경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6월 24일 도교육청의 협조로 수석교사와 함께 하는 '2019 충북 유·초등교사 수업 나눔' 행사가 230여명 참가한 가운데 청주교대에서 열렸다. 2개의 교수 특강과 과목별 '수업'나눔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교류의 공간이었다. 교사들은 본연의 수업에 충실하고 싶어 한다. 우리 교육 현장의 교사와 관리자 행정가들의 책임과 역할은 서로 배우고 나누는 실천 문화의 정착과 더불어 학습자간 배움에 대한 건강한 가치를 발견토록 돕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교사들이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끼를 발휘하기 위해 "쏟아지는 공문만 피할 수 있다면!" 하고 단서를 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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