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청양군 칠갑산·다락골 성지
[WEEK+] 청양군 칠갑산·다락골 성지
  • 김준기 기자
  • 승인 2019.07.1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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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휴) 좋다"

[중부매일 김준기 기자]올 여름 더위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른 장마 뒤에 불볕더위가 예상된다니 일찌감치 피서지부터 골라 놓자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름엔 산 아니면 바다다. 그 중에서도 짙은 녹음 속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끼며 계곡 물소리와 새 소리에 파묻히는 산속 피서야말로 욜로족이나 캠핑족이 아니더라도 가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수도권에서 1시간 20분, 대전 등 충청권에서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산중 쉼터가 있다. 바로 충남 청양군(靑陽郡)이다. 지명만큼이나 살갗에 닿는 햇살과 공기, 오염원 없는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어 오토캠핑 등 가족단위 체험여행객들로부터 소리 없는 호평을 받는 지역이다.

 

즐거움이 필요해? 피톤치드 가득한 천혜의 '청양 칠갑산'

충남의 알프스, 충남의 산소탱크로 불리는 칠갑산은 전국 100대 명산 중 한 곳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명소 2곳을 품고 있다. 광금리 벚꽃길과 나선형 도로는 칠갑산 진출입 길에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칠갑산의 진짜 숨은 매력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원시림이다. 중부권에 위치한 산 가운데 칠갑산만큼 한국 고유의 식생을 보여주는 곳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등산로에서 10여 미터만 벗어나도 치명적인 녹음과 맞닥뜨리며 자연 고유의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칠갑산은 또 냉천골, 도림계곡, 까치내를 품은 지천 100리 물길을 갖고 있다.

특히 까치내 계곡에 자리 잡은 칠갑산오토캠핑장(청양군 대치면 작천리 소재)은 캐라반 구역과 텐트 구역이 나누어져 있고, 어린이 놀이터와 다목적 잔디광장, 족구장과 숲길을 제공한다. 급수시설이나 취사장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청양군 천장호 야경 출렁다리
청양군 천장호 야경 출렁다리

칠갑산 주위에서 가볼 수 있는 곳으로 천장호 출렁다리가 있다. 총길이 207m, 폭 1.5m의 국내 최장 규모라는 한국기네스 기록을 얼마 전까지 갖고 있었다. 청양을 상징하는 고추 모형의 주탑(높이 16m)을 통과한 후 천장호수 위를 밟으며 아찔함을 즐길 수 있다.

출렁다리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아름다운 칠갑호를 조망할 수 있는 청양구기자타운이 있다. 이곳에는 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과 향토상품 전시판매장이 있고. 청양에서 수확한 채소와 곡물, 야채, 과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로컬푸드 판매장과 카페, 지역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맛집 농부밥상이 있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고 주변경관 또한 뛰어나다. 칠갑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호수 주변 물길을 따라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수변 데크가 설치돼 있다. 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은 그야말로 피톤치드가 가득 배어 있는 동화 속 공간이다. 1층 전시실에서는 산림자원에 대해, 2층 나무놀이터와 창의 체험실에서는 사람과 나무가 어떻게 조화로운 삶을 꾸려갈 수 있는지 알려 준다.

피서는, 더위도 더위지만 일상의 고단함과 반복적 지루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청양 칠갑산은 큰 비용부담 없이 사람의 그러한 욕구를 채워주기에 모자라지 않는다.

 

힐링이 필요해? 인생을 뒤돌아보는 '다락골 성지'

다락방 성지로 홍주감옥에서 순교한 천주교 신자들의 유해를 옮긴 줄무덤.
다락방 성지로 홍주감옥에서 순교한 천주교 신자들의 유해를 옮긴 줄무덤.

휴가라고 해서 먹고 마시고, 흥청거리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치열한 일상에서 지칠 대로 지친 현대인에게는 청양군 농암리 다락골 성지처럼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더 절실할지도 모른다.

'달을 안은 골짜기'라는 어원답게 한없이 평화롭게 보이지만 이곳은 '줄무덤 성지'라는 다른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형언할 수 없는 진한 슬픔을 간직한 곳이다.

최양업 신부와 그의 부친인 최경환 성인이 이곳에서 1km 정도 떨어진 다락골 입구의 마을(새터)에서 탄생한 탓에 자연스럽게 신자들이 모여 사는 교우촌이 형성됐다.

새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새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곳은 서울, 경기, 내포(충청도 북서부), 전라도 북부지역에 형성된 큰 신앙공동체의 중간에 위치, 서로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 때문에 신해박해를 시작으로 온갖 역경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특히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계산과 서구 세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명분이 맞아떨어진 병인박해는 8천여 명 이상의 순교자를 만든 크나큰 비극이었고, 1868년 4월 오페르트(Oppert)가 충청남도 덕산에 위치한 남연군묘(南延君墓)를 도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은 새터를 비롯한 내포지방에 피바람을 몰고 왔다.

무명순교자의 묘.
무명순교자의 묘.

이때 홍주감옥에서 순교한 천주교 신자들의 유해를 야음을 이용해 이곳으로 옮겨다 매장하면서 생겨난 것이 지금의 줄무덤이라고 한다. 황급히 줄을 지어 가족끼리 시신을 묻은 까닭에 얻은 이름이다.

마을의 구전에 의하면 병인박해 때 관아에서 나온 포졸들이 천주교 신자들을 끌고 가자 무서워 우는 어린 아이들을 엄마가 "얘야, 지금 죽어야 천당 간다"라고 달래어 함께 순교했다고 한다. 지난 1982년에 대전교구가 무명순교자들을 위한 묘비를 세우며 성역화 사업을 진행한 후 다락골은 수많은 신자들이 방문하는 성지로 변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도 추며 휴가다운 휴가를 즐겼음에도 뭔가 허전함이 남는 사람이라면 잠시 시간을 내 이곳에서 지친 육신과 마음을 다잡아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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