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가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 문제인데도 정치권이 시끄럽고, 외교문제가 거론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당사자격인 아베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는 야당의 정치 공세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런 주변 상황과 별도로 직접적으로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큰 충북경제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위기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일본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해 일본 신문은 물론 세계 유슈의 언론들도 비판 일색이다. 일본 정부 스스로 '양국의 신뢰관계 저하'를 규제의 배경으로 거론해놓고 보복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등 치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책도 없이 뒤통수를 맞은 꼴인데 이미 지난 연말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일본의 보복 조짐이 전달됐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당면한 문제를 풀고 수습하는 일은 업계의 몫이며, 경제분야의 과제로 떠넘겨졌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신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맞대응 보복' 등 대응방안을 놓고 다양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반일감정이 더해져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일본정부가 안팎의 비난에 직면했듯이 경제는 경제로 한정지어야 한다. 정치가 개입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있는 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일본측에서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는 만큼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정공법속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아베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관련 산업, 기업체의 대응이다. 당장 삼성·SK 등에서는 규제대상의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충북도에서도 반도체 회사 등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에 나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충북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수출의 40%라는 수치가 말해준다. 최근 연평균 20%를 넘은 수출증가율 신장도 반도체 덕분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충북경제의 대들보인 것이다. 그런 만큼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정부처럼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차제에 우리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수입처 다변화, 국내 소재산업 육성 등이 그 방안이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끌수는 없어도 점진적으로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고 보면 긴 호흡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일본의 보복이 반도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만큼 실력으로 맞서야 한다. 건건(件件)이 임시방편만을 찾을 수는 없지 않는가. 일본도 중국의 희토류 규제 조치를 자력으로 극복한 바 있다. 우리라고 자립(自立)을 통해 극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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