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길 유령상가 즐비...용암동 매년 50곳 이상 폐업

청주 시내에서 인기를 누렸던 일부 상권이 경기침체 등으로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 김용수
청주 시내에서 인기를 누렸던 일부 상권이 경기침체 등으로 폐업이 늘어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청주의 중심상권이다보니 월 임대료만 200만원이 훌쩍 넘어요. 매출 반토막에 계약기간도 남아 2개월전부터 양도를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청주의 중심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한때 청주 소비의 중심에 섰던 상당구 성안동, 용암동, 서원구 산남동 등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기불황 장기화에 따른 경영악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잇따라 폐업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상당구 북문로 성안길은 옛 명성이 무색해질 만큼 유령 상가들이 늘었다. 과거 이곳은 충북 최초·최대 멀티플렉스인 '쥬네쓰'와 복합멀티플렉스인 '마야'가 들어서는 등 10대·20대의 젊은층들을 겨냥한 패션상권이 자리잡은 지역의 대표 상권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청주약국부터 북문까지 이어지는 중심가 주요 매장 10여곳이 빈 점포로 남아 있을 정도로 크게 위축됐다. 이중 8곳은 2년 이상 입주가 되지 않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여전히 유동인구는 많지만 대농지구 현대백화점, 롯데아울렛 등 대형 유통매장 등으로 소비가 분산됐고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상인들일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

성안길 상인회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어려웠던 적은 없다. 매출액은 점점 떨어지지만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는 여전해 부담스럽다"며 "적지않은 임대료 탓에 세곳의 매장중 한 곳을 접고 나머지 두 곳에만 집중해야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전 소규모 카페를 창업했다는 A(35·여)씨도 "매출은 크게 줄었는데 200만원 중반대의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압박으로 매장을 정리하게 됐다"며 "초기 창업비용으로 들어간 2~3천여만원의 인테리어 비용 등 중 일부라도 되돌려 받고 싶어서 점포 인수인계를 시도하고 있지만 연락이 없다"고 토로했다.

용암1택지지구, 용암2택지지구의 개발에 따른 유입 인구 증가로 호황을 누렸던 용암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지구의 중심상업지역인 용암광장은 음식·서비스엄종의 비중이 높고 더불어 숙박, 유흥상권이 자리잡고 상권이 형성돼 왔다. 그러나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법)'을 시작으로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문화의 확산, 최저임금 인상 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를 대변하듯 2010년도부터 용암동의 폐업신청이 창업을 크게 웃돌고 있다. 용암동의 2010년 일반음식점 창업은 20곳인 반면 72곳이 폐업을 신청했다. 2011년(창업 23, 폐업 58), 2012년(창업 25, 폐업 66), 2013년(창업 19, 폐업 71), 2014년(창업 24, 폐업 56), 2015년(창업 30, 폐업 54), 2016년(창업 46, 폐업 56), 2017년(창업 31, 폐업 50), 2018년(창업 34, 폐업 44) 등 매년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았다.

아울러 청주지방법원·청주지방검찰청을 중심으로 변호사 법무사 사무소, 식당, 주점 등이 밀집된 서원구 산남동 상권도 위기다. 한때 지역 맛집들이 산재돼 있어 '핫남동(핫플레이스와 한남동의 합성어)'이라고 불릴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유동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상권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특히 평일대비 주말 유동인구가 심각할정도로 차이가 나고 있다.

산남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49)씨는 "경제불황보다 더 무서운 것은 김영란법 등 회식문화를 없애는 정책"이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일 저녁과 주말 손님이 발길이 뜸해지며 소상공인 모두 전멸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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