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이 자리에 기자 있습니까? (취재) 허락받았습니까? 왜 나한테 (기자가 있다는 사실을) 말을 안했습니까?"

한창섭 충북도 행정부지사가 지난 5일 충북 도·시·군 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던진 말이다. 이날은 전국 최악의 피해를 내고 있는 충북 과수화상병을 주제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도내 11개 시·군 부단체장과 실·국장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회의가 한참 진행돼 1시간 15분쯤 지난 무렵, 한창섭 부지사가 뜬금없이 언론사의 취재여부를 파악하고 나선 것이다.

한 부지사의 발언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언론이 취재를 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회의내용이 바뀌는가? 언론을 의식해 회의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들이 축소·은폐되거나 꾸며진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회의를 주재하는 부지사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회의의 방향과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충북도는 도정 운영 현황에 대해 가감없이, 거짓없이 언론을 통해 도민들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둘째, "취재허락을 받았느냐"는 발언은 1980년대 군사정권시대에서나 있을법한 얘기다. 지자체가 주최한 회의에서 지자체의 허락을 받아야만 취재가 가능하다는 발상은 구시대적이다. 있어서도 안될 일이다. 이는 언론의 취재영역을 제한하는 것이고,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한 부지사는 이날 자리에서 "회의내용은 도에서 내는 자료를 보면 되는데"라는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는 명백한 언론의 자유 침해다.

셋째, 정책협의회는 공개적 회의다. 특히 이날 집중토론 주제였던 과수화상병은 언론에 비공개할 이유가 없다. 비공개일 수 없다. 전국의 과수화상병 피해의 90%가 충북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수화상병은 충북도민의 관심사이자 언론의 최대 관심사이다. 피해현황을 공유하고 하루빨리 대책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급한 사안이다.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흔히 언론과 취재원의 관계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말한다. 적당한 거리를 둬서 견제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지, 언론을 차단하고 통제하라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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