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골 L까페 5m 높이 포토존 '위험'

지난 6일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R카페를 찾은 한 커플이 일명 '천국의 계단'이라는 포토존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신동빈
지난 6일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L카페를 찾은 한 커플이 일명 '천국의 계단'이라는 포토존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조금 더 올라가서 문틀 잡고 서봐", "다리 내밀고 걸터앉아서 이쪽을 바라봐"

주말을 맞아 청주시 상당구 수동 수암골 L카페를 찾은 한 남성이 연인에게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한 각종 주문을 하고 있다.

이 여성은 5m 구조물에 위에서 다리를 조형물 밖으로 뻗는 등 위태롭게 포즈를 취했다.

이어 계단에 오른 한 가족의 품에는 갓난아이가 안겨 있었다. 세차게 부는 바람 탓에 중심잡기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가족들이 내려오자 또 다른 커플이 계단에 발을 올렸다. 무서운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계단을 올랐지만 카메라를 향한 미소는 잃지 않았다.

지난 6월 새 단장을 하고 문을 연 이 카페 건물 5층 옥상에는 '천국의 계단'이라는 구조물을 설치돼 있다. 하늘로 솟구친 조형물 위에 오르면 마치 천국으로 걸어가는 듯 한 사진을 연출할 수 있어 SNS 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영수증을 지참하지 않은 고객은 포토존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등 매상 올리기에만 혈안이 됐을 뿐 시민 안전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 6일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R카페를 찾은 한 커플이 일명 '천국의 계단'이라는 포토존을 오르고 있다. /신동빈
지난 6일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L카페를 찾은 한 커플이 일명 '천국의 계단'이라는 포토존을 오르고 있다. /신동빈

해당 조형물 옆에는 '절대 뛰어내리지 마십시오(천국이든 지옥이든 갑니다)', '너무 높은 힐을 신고 올라가지 마십시오',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이용해 주세요' 등의 경고글이 게시돼 있었지만 이를 감시하는 안전요원이나 불의의 사고를 막아줄 안전장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살펴본 천국의 계단은 카페 건물 내에 설치돼 있었지만 조형물의 높이 등을 따져봤을 때 외부로의 추락(조형물에서 떨어질 경우 건물 밖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L카페가 위치한 곳이 가파른 절벽 사이라는 점을 비추어 보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청주시 관계자는 "건축법상 노대 등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는 난간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난달 25일과 26일 현장을 찾아 시정요구(안전장치 추가설치)한 상태며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도 위험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디자인과 안전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곳을 찾은 한 시민은 "SNS 사진을 보고 천국의 계단을 찾았는데 무서워서 올라가지 않았다"며 "적절한 안전장치가 설치되기 전까지 조형물 이용을 금지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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