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문학]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무예경기가 스포츠와 다른 이유가 뭔가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둘 다 경기규칙에 지배를 받고 있는 것으로 겉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예계에서는 서로 다름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경기결과 중심의 스포츠와 달리 무예는 과정을 더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태권도와 유도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많은 사람들은 무예를 접할 때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 질문을 자주 하곤 한다. 이러한 질문에 답이라도 하는 듯 인터넷에서는 중국무술의 고수와 격투기선수가 대련을 하기도 하고, 태권도선수가 복싱선수와 대련하는 장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싸움은 싸움꾼이 이긴다'. 강함은 결국 싸움을 말한다.

여기에는 '강함'이라는 인간의 욕구가 들어 있다. 인간에게 강함만을 추구하고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동물적이다. 어떻게 해서든 결과에서 이기기만 한다는 생각은 스포츠계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직과 공정성을 배우는 스포츠 윤리를 강조하는 이유다. 아마추어리즘이나 페어플레이를 강조하지만 과정을 무시한 채 경기결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적인 인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요인으로 성장된다. 인간에게 '강함'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강함을 의미하는 것이지 동물적인 강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무예에서의 강함이라는 것은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강함으로 무예의 기술적인 뒷받침과 인간적으로 양성된 강함을 말한다. 따라서 무예에서 강함이라는 것은 상대를 제압하는 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윤리적 가치를 가진 '인간미(美)'가 있어야 한다.

정통기술을 정당하게 계승하면서 강함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이유로 무예계에서는 무예수련과정에서 인간의 성숙과정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원래 무예시합에서 올바른 정의는 스승에게 달려 있었다. 스승은 제자가 '기술을 올바로 계승할 수 있을까'라는 기술적 판단과 제자가 지니고 있는 인격을 포함하여 종합적인 판정하기도 했다. 또한, 무예경기의 결과가 나왔음에도 시합 과정이 상대가 옳았으면 상대의 손을 치켜 세워주는 모습이 종종 있다. 결과는 내가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경기의 내용은 상대가 훌륭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스포츠세계에서 무예경기가 자칫 스포츠적인 요소와 다르다는 점이 시대적 착오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무예계에서는 승부는 인간미를 포함한 종합적인 판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2016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경기를 본 많은 사람들은 서로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경기를 마치고 서로 안으며 격려해 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경기를 시작할 때부터 상대에 대한 예의와 상대 지도자에 대한 예를 갖추고, 경기를 마치고도 마찬가지로 예의를 갖추는 모습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무예경기가 기존 스포츠경기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미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무예경기도 경기규칙에 지배되고 있지만, 선수 스스로도 그렇고 심판역시 올바른 기술과 시합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무예선수의 인간성과 무예의 수련과정을 인격형성의 과정으로 강조하는 이유도 그렇다.

최근 U-20축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이강인 선수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안 뛴 형들'을 언급하며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팬들의 모든 관심이 자기에게 쏟아질 때 벤치에 앉아 경기에 뛰지 못했던 동료들에 대한 배려를 이야기 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와 품성은 어려서부터 태권도사범이었던 아버지 이운성 사범에게 배운 사회적 감수성에서 나온 것이다. 이운성 사범의 제자들은 늘 약한 자에게 강한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태권도 수련생들에게도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어려서부터 지켜본 이강인 선수의 인간미는 무예에서 강조하는 인간미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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