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아이 받니?" 투박한 연변사투리 이제 옛말

청주청원경찰서 민철기 지능수사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보이스피싱 근절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신동빈
청주청원경찰서 민철기 지능수사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보이스피싱 근절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가 고도화 되면서 매년 피해자가 급증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보이스피싱 조직 전달책, 인출책 등으로 일하는 20~30대가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이에 중부매일은 청주청원경찰서 보이스피싱 수사팀과 함께 범죄의 특징을 살펴보고 대응요령을 살펴봤다. / 편집자

수년전만 해도 어눌한 말투와 식상한 레퍼토리로 일관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개그프로그램의 소재로 이용되는 가벼운 범죄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반 직장인은 물론 20~30대에서도 피해가 급증할 만큼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중국 등에 총책을 두고 국내에 조직원을 두는 형태로 운영된다. 국내 조직원들은 총책의 지령을 받아 또 다른 조직원인 인출책과 전달책 등을 고용해 점조직화 한다.

보이스피싱 전달책이나 인출책 모집은 캐피탈 직원을 구한다는 구인광고에서 시작한다.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준생들이 이들의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 글에 이끌려 해당업체에 전화하게 되면 부동산 대출업무를 주로 한다고 속여 환심을 산다. 이후 4대 보험 가입 등을 이유로 주민등록등본을 비롯한 각종 서류를 요구, 정식회사인 것처럼 꾸며 의심을 피한다.

하지만 회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만 구인계약이 진행되는 점, 주요업무가 '회사에서 알려주는 계좌로 받은 돈을 입금시키는 것인 점 등을 살펴보면 인출책·전달책으로 모집된 사람들은 일반적인 회사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월 200만원 이상의 기본급을 보장하고 현장일을 하면 10만~20만원 이상의 수당도 준다는 유혹에 빠져 자세한 내용확인은 생략한 채 이 일에 뛰어들게 된다. 쉽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든 순간부터 보이스피싱 '공범'이 되는 것이다.

이들이 주로 하는 현장일은 '금융기관 근처에서 특정인을 만나 돈을 받고 계좌로 입금하라'는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사칭할 것을 요구받게 되지만 자신이 얻을 수익만 생각해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이에 민철기 청주청원경찰서 지능팀장은 "회사직원(보이스피싱 일당)이 특정 메신저로만 연락하고 돈을 받아 보내라는 장소도 수시로 바뀔 뿐더러 입금해야 하는 계좌도 매번 다르기 때문에 전달책·인출책이 보이스피싱임을 모를 수 없다"며 "돈을 쉽게 벌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피해자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의 경우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의 10%는 니가 먹고 나머지를 입금하라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받게 되지만 죄의식 없이 이런 행위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28일 검거된 전달책 A(25)씨와 인출책 B(56·여)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신원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고용된 자들로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B씨는 이날 오전 11시 37분께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피해자 C(53)씨가 조직계좌로 입금한 4천500만원 중 2천만원을 인출해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의 한 은행 앞에서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건네받은 돈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송금하고 1시간여 후 흥덕구 복대동에서 나머지 돈 2천500만원을 받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낮 12시 40분께 신고를 접수하고 사창동 은행 부근에서 잠복했지만 갑작스럽게 접선장소가 변경됐다"며 "이들을 추적해 복대동의 한 약국 앞에서 A씨와 B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와 B씨에게 확보한 단서를 토대로 신원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쫓고 있다.

민 팀장은 "최근 한 사건에서는 전달책이 입금증을 30~40장 소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보이스피싱 사기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피해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또 "보이스피싱의 경우 저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전화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 절대 전화에 응대해서는 안 된다"며 "전화를 받게 되면 사기범들의 교묘한 대응에 속아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특정앱을 깔기를 권하는데 그 앱이 휴대폰이나 PC에 깔리는 순간부터 모든 정보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통제하고 번호조작으로 112(경찰)나 02-1332(금융감독원) 등의 발신번호로 전화를 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메신저에 금융기관 마크를 하거나 가족 프로필 사진을 올려놓는 것도 모두 가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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