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업무정상화
학교 업무정상화
  • 중부매일
  • 승인 2019.07.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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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교사 이야기] 성연동 국원고

교육철학으로 민주성, 공동체성, 공공성, 자발성, 창의성 등을 꼽는다. 맨 첫머리에 민주성이 등장하는 것은 그것이 으뜸이라는 뜻일 게다. 민주적인 학교문화의 리트머스 시험지는 무엇일까?

어느 중학교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께서 업무 과중과 어려움에 대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가장 눈에 띤 것은 4년차 교사라는 문구다. 학교폭력 업무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업무과중과 부담스러움이다.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뜻 아닐까? 그럼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저경력 교사나 기간제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초중등교육법 20조 교직원의 임무에 따르면, 학교장은 교무통할 및 교직원 지도 감독, 학교감은 교무관리,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 지원, 교사는 학생 교육활동, 행정직원은 행정업무 및 일반업무 등의 역할을 한다. 이를 근거로 업무분장을 하고 조직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 업무조직 첫 번째 페이지를 보면 학교장을 중심으로 위계적으로 조직한다. 이런 관례는 법령보다 우위를 점하여 관례대로 업무가 조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교의 중심은 학생 교육활동이라는 점에서 보면, 교사는 어디쯤 있는지 찾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U-20 청소년 월드컵 축구에서 준우승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MVP는 준우승국 대한민국의 이강인 선수가 포함됐다. 스포츠는 다른 분야보다도 훨씬 경쟁적임에도 준우승국에도 MVP가 주어졌다. 이는 성과보다는 기여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라고 나름 해석한다. 이강인 선수는 축구에서 승패를 가르는 골을 많이 넣지도 않았고, 기량이 매우 뛰어난 선수도 아니었다. 그는 막내 형이라는 별칭을 받았고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하는 동료 형들까지 챙기는 배려를 보여줬다. 큰 눈으로 넓게 운동장을 볼 줄 알았으며, 그의 정확한 패스는 팬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들었다. 청소년 월드컵 기간 동안 대한민국 축구는 감독과 선수, 선후배와 같은 위계와 결과 중심의 성과보다는 역할에 따라 팀에 기여하는 민주적인 리더십을 감독과 선수들에게서 읽을 수 있었다.

성연동 국원고 수석교사
성연동 국원고 수석교사

어느 초등학교 업무조직 사례를 SNS에서 본적이 있다. 학교장은 주당 4시간 수업/비폭력대화/아침합창지도/위기 학생 상담/아침맞이, 학교감은 학폭/정보/학부모회/각종 교무행정업무, 교사는 교육과정 재구성/수업/학생 생활교육/학생상담. 행정직원은 행정업무/일반업부/방과후업무 등의 역할을 한다는 개략적인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업무조직이 아니다. 법령의 취지를 충분히 살린 상식적인 사례임에도 현실에서는 아주 특별하게 비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우리 학교는 얼마나 민주적일까?'의 리트머스 시험지는 학교 업무정상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학교 민주화는 팍팍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학교 업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 20조 교직원의 임무의 취지를 최대한 살려 수직적인 위계조직에서 수평적인 역할조직으로, 결과 중심의 성과주의에서 과정 중심의 기여주의를 추구해야 한다. 학교 민주화를 위해 학교 업무정상화 만큼 선명한 과제는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구성원들이 학교 업무정상화에 대한 관점을 바꿔 관례에서 벗어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어느 초등학교의 업무조직 사례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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