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준기 충남본부장·청양 주재

최근 청양군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6개 마을 1천여 세대에 먹는 물을 공급하고 있는 정산정수장에서 우라늄이 기준치 보다 높게 검출됐고, 이러한 중요한 사실이 몇 개월 뒤에야 주민에게 알려진 것이다.

그것도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으니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1월 충남도보건환경연구원의 수질검사에서 우라늄 기준치 0.03㎎/L의 2배가 넘는 0.0679㎎/L가 검출된 후 2월에는 0.1057, 3월 0.0634 등 기준치 보다 2~3배 높은 수치가 나와 식수 부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홈페이지에만 공지하고 대충 넘어가려한 청양군의 안일한 행정 처리가 세상에 알려지자 주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더욱이 3개월 여 동안 3천여 명의 주민들이 무방비 상태로 우라늄이 기준치 보다 많이 함유된 수돗물을 마신 것을 두고, 시민사회 단체와 지역구 국회의원이 "우라늄 수돗물 사태를 야기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충남도지사가 부랴부랴 현장에 달려와 "당초 2022년으로 계획된 대청댐 광역상수도를 내년에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을 때도 정작 군정을 책임지고 있는 군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던 터라 주민들의 혼란은 더 컸다.(당시 김돈곤 군수는 유럽 출장 중 이었다.)

지난 8일 밤늦게 귀국한 김돈곤 군수가 9일 피해 마을을 일일이 방문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사태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 주민들이 보여준 반응은 한마디로 싸늘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의와 원칙이 바로 선 새로운 청양을 건설하겠다고 외친 김 군수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던 주민들로서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이번 사건이 쉽게 용서되지 않을 것이다.

우라늄 수돗물 사건은 청양군이 명백하게 잘못했고, 그에 대한 처벌도 달게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일이 불신과 갈등의 씨앗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

필자는 청양군이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또한 그럴 가능성을 찾기도 했다.

김준기 충남본부장·청양 주재
김준기 충남본부장·청양 주재

지난 9일 김 군수는 우라늄 수돗물과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변명은 하지 않겠다. 군정은 군수가 책임지고 가는 것인 만큼 모든 질책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군수 자신도 보고를 받았으나 상황에 따른 조치 사항이 존재함을 모르고 지나친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하며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않았다.

과거 중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책임 전가에 급급하던 예전의 다른 지도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사태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며 새로운 청양에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수많은 언론의 질타 속에 패닉 상태에 빠졌던 공직사회도 군수로서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김 군수의 모습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비난 일색이었던 주민들도 한 번 더 믿어보자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점차 돌아서고 있다.

우라늄 수돗물 사건이 용서 받느냐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주민들과의 약속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지키느냐에 달려있다. 앞으로도 김 군수가 지금처럼 난관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소신 있는 자세로 군정을 이끌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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