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기물 소각시설이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환경학적 조사의 실시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주민 1천500여명이 요청한 '소각장 밀집지역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청원이 환경부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조사 실시 여부를 검토한 뒤 환경보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청원 수용여부가 조만간 최종 결정된다고 한다. 주민 청원이 지난 4월에 제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다고 할 수 없지만 법에서 정한 처리기한내에 결정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소각시설의 주민건강 영향이 의심돼 청원이 진행된 북이면은 암환자 발생 비율이 다른 농촌지역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원도 이같은 배경에서 이뤄진 것이다. 당사자인 지역 주민들로서는 확인되지는 않지만 소각장으로 인한 환경문제로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소각장 밀집지역이다보니 이런 염려를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더구나 건강문제가 현실로 드러났지만 원인이나 연관성을 알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주민들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청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환경문제는 생명과 직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이나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경로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일반 국민이 환경오염 물질과 인체 피해의 연관성을 확인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국민들의 삶에 직결된 환경문제를 담당하는 환경부가 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 조사를 해야 할 당위성이 차고 넘치는 것이다. 더구나 환경문제는 피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환경보호를 위해 적절한 사전조치를 취하는 '사전주의(事前注意)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사전주의 원칙은 지난 1992년 리우선언에 따라 세계적으로 도입됐고 국내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환경파괴나 손상을 방지하는 조치를 미뤄서는 안된다. 또한 환경오염 행위를 하는 자가 환경에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려면 스스로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한마디로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와 입증 책임이 환경오염 행위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근거한다면 이번 북이면 주민들의 청원은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이 건강영향을 염려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환경과 관련된 경우 심각한 환경파괴 위험이 있을 때는 지체없이 문제해결에 나서야만 한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로 인한 여파를 줄이려면 사전에 막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뒷수습이라도 가장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하루 540톤 이상의 사업장폐기물이 소각되는 북이면 지역의 소각장으로 인한 주민건강영향은 밝혀져야 한다. 전국 폐기물 소각용량의 18%를 차지하는 청주시의 앞날을 생각해서라도 그리돼야 한다. 이제는 정주여건을 비롯한 삶의 질을 따질 때 환경문제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만큼 이에 걸맞는 조치와 대응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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