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어디 천리(千里)뿐이랴. 순식간에 지구촌 전체에 퍼진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문일수록 범위와 속도는 빨라진다. 스마트폰 기반의 SNS(Social Network Services) 덕분이다.

유튜브에서 뉴스를 찾고, 카톡, 페이스북, 밴드 등으로 소통한다. 덕분에 표현의 자유는 날개를 달았다. 손가락으로 언로(言路)가 트이고 문화가 소통되는 셈이다.

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 공간은 언론의 자유 확대라는 순기능뿐만 아니라, 유해정보 유통, 개인프라이버시 침해, 사이버 폭력 등과 같은 역기능도 함께 발전되어 왔다. 특히 언론보도의 형식을 빌려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가짜뉴스(fake news)는 사회갈등과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가속화한다. 뿐만 아니라 근거 없이 떠도는 뜬소문인 악성루머(rumor)는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목숨조차 빼앗는 사이버 폭력으로 변질되었다.

IT기반의 디지털사회는 익명성, 비대면성, 디지털복제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가짜뉴스와 악성루머가 쉽게 만들어지고 퍼진다. 잘못된 거짓정보는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삶의 기반을 통째로 흔들어 댄다. 우리는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뜬소문에 시달려 죽음을 택한 사람들도 목격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천안함 폭침, 세월호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가짜뉴스가 등장한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좌우 이념대립이나 진영논리에 따라 그럴듯한 이유와 근거를 들이대며 더욱더 기승을 부린다.

이젠 사실(fact)에 근거한 뉴스조차 믿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한국인의 자국 언론에 대한 신뢰수준(22%)은 4년 연속 세계 꼴찌 수준으로 참담하다(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2019). 국민들 사이에서는 기자를 기레기(쓰레기와 합성어), 논설위원을 농설위원(弄舌委員, 말로 희롱하는 사람)이라고 비꼬기 까지 한다. 이는 사실을 왜곡하고, 가짜뉴스와 억지논평으로 국민을 속이고 선동하는 일부 언론들이 자초한 결과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기반 시설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한다. 때문에 가짜뉴스와 루머(rumor)는 더욱 빨리, 쉽게 확산되며 여론은 요동치고 나라가 들썩인다. 흔들면 흔들린다.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정보와 뉴스는 우리의 인식과 판단의 근거다. 나의 생각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진다. 심하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따라 의식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의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판단은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느낌으로 선택하고 직관으로 판단한다. 거짓 정보에 속아서 중요한 판단과 결정을 그르치고서야 뼈저리게 후회한들 이미 늦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능동적으로 확인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불편부당(不偏不黨)한 논리에 빠지거나, 사람과의 소통에서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자성할 일이다. 가려서 읽고, 가려서 사귀어야 할 충분한 이유다.

정작 널리 알려서 좋은 것은 마음을 맑게 하는 한 줄의 글이다. 진실한 마음을 담아내는 담백함이다. SNS시대, 모든 화는 입에서 시작된다(口禍之門). 가려 말하고 내세우지 않는 것이 참다운 지혜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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