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민정 수필가

현대인들은 늘 깨어있어야 하고 지치지 않아야 한다. 휴식도 아껴가며 일을 해야만 하는 현실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적당히 휴식하지 않으면 몸의 항상성이 흔들리고 생체리듬을 잃게 되어 강제로 멈춤을 당한다. 단잠은 가장 중요한 휴식이다.

양(羊)은 4가지가 충족되어야 잠을 잔다. 첫째, 겁이 많아 두려움의 요소가 없어야 한다. 둘째 불화가 있는 한 절대 눕지 않는다. 셋째, 주변에 파리나 해충이 없어야 눕는다. 넷째 꼴을 먹어야 눕는다, 배가 고프면 눕지 않는다. 한번 뒤집히면 저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양들에게는 곁에 양치기가 반드시 있어야 안심한다. 양치기는 양들에게 목자이며 인도자이다. 누구나 목자를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시편23편을 패러디한 'TV가 나의 목자'라는 시(詩)다.

'TV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심심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푹신한 소파에 눕게 하시며, 나를 가족대화와 책 읽는 시간에서 떠나게 하는 도다. 비록 내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책임과 의무의 골짜기를 그냥 지날지라도 전혀 방해받지 않음은 TV가 나와 함께 하심이라. TV의 케이블과 리모컨이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내가 TV가 앞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읽다보니 공감이 간다. SNS에 '좋아요'를 누를까 말까 고민한다.

집에 들어서면 TV에 몸을 맡기고 휴식을 취하는 게 일상화 되었다. TV를 통해 무료함과 외로움을 해결하다보니 외적인 피로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되지만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만성피로는 엑소더스를 거부한다. 때문에 내면의 피로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찾기도 한다.

요즘 뜻하지 않은 오해로 오랜 친구와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정신적 피로를 거두어줄 든든한 목자는 어디에 있는 걸까.

'여화와는 나의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 하시는 도다.' 성경은 나를 천태산으로 인도했다.

수령(數齡)이 100년이 넘어 선 노송 아래 눕는다. 늘 초여름 계절로만 영원할 것만 같은 산은 온통 푸른 물감을 부어놓았다. 숲이 뿜어내는 음이온과 피톤치드로 샤워하니 녹음의 향이 온몸에 스며든다.

어거스틴은 "주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진정한 안식을 누리지 못했다"고 했다.

김민정 수필가
김민정 수필가

그는 주님을 만남으로서 비로소 편안히 쉴 수 있었으며, 영적인 기쁨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주님을 만났다는 것은 곧 내면의 감정이나 생각과 감각이 영적인 면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주님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내면의 피로를 해소하지 못하는 걸까! 외적으로 보이는 좋은 체력, 여유로운 경제력, 바람직한 인간관계로는 내적인 피로를 해소할 수 없다. '주님을 만났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헛됨이 없고 욕망에서 벗어나 참된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찾아온다.

일어나 걷는다.

살아 숨 쉬는 숲은 자연의 향기로 다가와 용서와 화해, 사랑으로 오감을 일깨운다.

상큼한 바람의 칼날은 내 마음의 창문을 열어 상처와 문제들을 수술했다. 잊을 건 잊고 버릴 건 버리고 채울 건 채우고 나니 심신이 안정되고 평화와 안식을 얻게 했다.

숲은 내면치유의 처방전이다. 언제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스테이지다. 나는 지금 나의 목자를 만나고 산을 내려가고 있다. 온갖 피로가 발끝으로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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