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교수

대한민국 뿐 아니라 충북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정부가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등의 수출 규제를 통한 무역보복' 조치가 본격화 됐기 때문이다. 이미 반도체 관련 중소제조업 10곳 중 3곳은 규제가 계속될 경우 3개월 이상을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지난 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일본의 수출제한조치의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 269개사를 대상 설문조사' 결과는 더욱 우려스럽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응책이 없다고 밝힌 기업이 절반(46.8%) 가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대체재 개발(21.6%), 거래처 변경(18.2%), 재고분 확보(12.3%) 등으로 알려져 뚜렷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축소판, 충북경제는 괜찮을까?

대한민국 기업체의 매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39조 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2위 현대자동차(96조 원), 3위 LG전자(61조 원), 4위 포스코(60조 원) 등 2~4위 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또한 삼성전자의 경제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4%에 이르며, 50만 명의 가까운 직간접 고용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단일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이제 충북경제를 살펴보자.

충북도 인구 160만 명 중 청주에만 83만 명이 살고 있다. 기업체 또한 상당수 청주에 몰려있다. 청주시는 지난 4월 30일 법인지방소득세 확정 신고 결과, 총 1만1천775개 법인으로 부터 2천518억 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세금 신고 기업 중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은 SK하이닉스 청주 사업장이다.

대한민국에 삼성전자가 있다면, 청주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SK하이닉스의 지방소득세 납부액은 1천818억 원으로 2위 LG화학(140억 원), 3위 엘에스산전(21억 원), 4위 한국은행(20억 원), 5위 ㈜유한양행(12억 원) 등 2~5위 기업 모두를 합 한 금액 보다 월등히 많다. 청주 전체 법인지방세수의 72%를 차지한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 모두 반도체 기업으로 청주세수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에 대한 의존도는 기형적이다.

충북경제는 다음세대를 위한 전략수립이 시급하다.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북유럽의 부자나라로 불리던 핀란드. 이 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던 노키아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핀란드 경제성장의 20%가량을 차지했다. 수출 비중은 20%에 달했고, 핀란드 전체 기업 법인세의 23%가 노키아의 몫이었다. 그러던 노키아는 2007년, 실적하락이 시작되자 핀란드 경제성장률 또한 5.3%에서 0.3%로 곤두박질쳤다. 실업률은 8.2%까지 치솟았고,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의 추락으로 보였다.

노키아와 유사한 사태는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 중이다. 조선, 중공업 중심의 기업도시들은 '위기지역 지정'을 연장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 충북도 뿐 아니라 청주시도 안심할 수 없다.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 됐던 반도체 산업이 이번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인해 반도체가 내려앉을 경우 생산 감소, 투자 부진 등으로 연쇄 파장이 예상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의 빠른 대처다. 충북도, 청주시 또한 발 빠른 대처를 세워야 할 때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음세계를 위한 전략수립이 시급하다. 노키아 이후 쓰러졌던 핀란드 경제가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 다시금 돌이켜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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