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국장

조길형 시장이 지난 12일 새마을 관련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 동충주역 신설에 방해하는 세력들을 끝까지 찾아내 응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조 시장의 발언은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없다.

민선 자치단체장이 한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응징하겠다는 것인가.

유권자인 시민이 표로 후보자를 응징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시장이 시민을 응징한다는 말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경찰 고위직 출신인 조 시장은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충주시장으로 당선된 뒤 "시민 명령을 제 소명으로 삼고 신명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재선돼 당선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시민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한마디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잘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들의 목소리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을 통해 조 시장은 불과 1년만에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상황이 됐다.

조 시장의 격한(?) 발언이 있은 뒤 불과 몇시간 뒤 조 시장과 같은 당인 자유한국당 시의원 7명이 더불어민주당 천명숙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발의해 시의회 윤리위에 제출했다.

천 의원은 지난 8일 충주시민의 날 기념식장에서 주최측이 순서를 바꿔 동충주역 유치 결의대회를 연데 대해 심하게 항의한 인물이다.

조 시장의 발언에 이은 천 의원에 대한 징계안 제출이 마치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여지는 느낌이다.

물론, 자신이 추진하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행위가 반가울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측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 자치단체장이다.

다양한 집단이 존재하고 다양한 의견이 도출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서로 다른 다양한 주장들을 모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견차를 좁히고 조율해 나가는 게 민주주의고 이같은 과정을 통해 비로소 조화로운 발전도 가져올 수 있다.

조 시장은 자신의 뜻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 충주시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가 당선소감에서 밝혔던 대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포용력이다.

자신의 뜻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방해세력으로 간주해 응징하겠다는 것은 아주 교만한 생각이다.

무엇보다 시민화합을 최우선으로 이끌어야 할 자치단체장이 오히려 민심 분열을 조장하는 처사다.

백 번 겸손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 정치지도자들이다.

조 시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동충주역 신설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조 시장 스스로 '방해세력'이라고 간주한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 귀를 기울인 적은 있는지, 합리적인 명분을 통해 그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동충주역 유치 추진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결의대회까지 가졌지만 실제 대다수 시민들은 내용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있다.

하다 못해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사전에 주민들에게 자세한 내용이라도 알렸어야 하는 것이 옳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국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국장

지금의 상황은 "그저 아무런 이유도 묻거나 따지지 말고 내가 하는 대로 따라만 오면 된다"는 식으로 비쳐진다.

충주시민들은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조직의 소속원이 아니다.

시장이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해 받들고 모셔야 할 주인이 바로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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