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역사전쟁 대응 위해 고구려 주제 박물관 세워야"
고구려 역사 잃으면 민족 문화 정체성 혼란 야기
국내 유일 고구려비·탑평리 와당 등 유물 다수
전국 국립 13곳중 충주·중원문화권만 박물관 無
독특한 융합문화·삼국중 홀대 고구려 연구 필요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을 지지하고 나선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 유 관장은 충주지역 향토 문화재연구모임인 (사)예성문화연구회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국내 유일한 고구려비인 '충주 고구려비'(국보 제205호)를 찾아낸 인물이다. / 유창종 관장 제공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을 지지하고 나선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 유 관장은 충주지역 향토 문화재연구모임인 (사)예성문화연구회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국내 유일한 고구려비인 '충주 고구려비'(국보 제205호)를 찾아낸 인물이다. / 유창종 관장 제공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내년도 정부예산안 2차 심의(신규사업 심의)를 이달 24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충주박물관이 왜 건립돼야 하는지, 어떤 의미와 위상을 갖는지 등에 대해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유창종(75) 관장은 충주지역 향토 문화재연구모임인 (사)예성문화연구회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충주 고구려비(국보 제205호)를 찾아낸 인물이다. 1974년 검사를 시작해 청주지검 충주지청을 거쳐 청주지검장, 서울지검장 등을 지냈다. 1994년 순천지청장 재직 당시에는 국보 제274호인 별황자총통이 가짜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 편집자

"고구려의 역사를 잃으면 고조선의 역사를 잃게 되고,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할 것입니다.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자기네 역사라고 주장하는데 고구려가 왜 중국 역사입니까? 우리 역사이지! 하루라도 빨리 고구려 역사를 주제로 한 박물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은 국립충주박물관을 '고구려 주제 박물관'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 이유로 중국과의 역사전쟁에 대응할 필요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필요한 가장 핵심적 통로라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의 고구려비인 '충주 고구려비'. 국보 제205호다.  / 중부매일DB
국내 유일의 고구려비인 '충주 고구려비'. 국보 제205호다. / 중부매일DB

"중국과의 역사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조선, 고구려인데 고구려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안돼있어요. 백제문화는 부여박물관·공주박물관·익산박물관 등 국립 3곳에서 다루고 있고, 신라문화는 경주박물관과 대구박물관이 있는데 고구려만 고구려 역사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고구려가 우리 역사다"라고 말하는 게 설득력이 있을까요?"

유 관장은 충주와 고구려의 '인연'을 부각했다. 실제로 충주를 중심으로 하는 중원문화권에는 고구려 또는 고구려 관련 유적과 유물이 전국에서 월등히 많다.

국내 유일의 고구려비인 충주고구려비(국보 제205호)를 비롯해 고구려 성으로 추정되는 충주 장미산성(사적 제400호), 고구려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충주 탑평리 출토 와당, 고구려시대의 것으로 유력시되는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보물 제1401호), 고구려 장수 온달과 관련이 있는 단양 온달산성(사적 제264호), 신라가 고구려땅을 점령한뒤 건립한 척경비인 단양의 신라 적성비(국보 제198호) 등 다수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역사의 뿌리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돈이 문제입니까? 충주고구려비를 지금처럼 초라하게 대접해서는 안됩니다."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을 지지하고 있는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 그는 평생 모은 와당 1천87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 유창종 관장 제공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을 지지하고 있는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 그는 평생 모은 와당 1천87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 유창종 관장 제공

유 관장은 1979년 청주지검 충주지청 근무 당시 충주지역 향토모임인 '예성문화연구회' 활동 중 충주고구려비를 발견한 인물로도 알려져있다. 충주고구려비는 국내 유일의 고구려비로 확인돼 1981년 국보 제205호로 지정됐다.

"충주에서 맺어진 와당과의 인연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어요. 40여년 전 와당에 매료돼 예성문화회를 만들었고, 평생 모은 와당 1천875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지금은 와당박물관장으로 노후를 즐기고 있으니까요."

유 관장은 또다른 국립충주박물관 건립 이유로 중원문화권의 문화적 독자성과 연구 필요성을 제시했다.

"충주, 제천, 단양과 그 주변을 중심으로 하는 중원문화권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융합적 특성을 보이고 있어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접경지역으로서 형성된 독특한 복합문화로 고구려와 인연이 많은 문화입니다. 삼국 중 홀대받고 있는 고구려 유물을 균형있게 전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 국립박물관 현황.
전국 국립박물관 현황.

전국 국립박물관 13곳 중 독립된 문화권을 갖고 있고 독립된 문화재연구소가 설립돼있으면서도 국립박물관이 없는 곳은 중원문화권, 즉 충주밖에 없다.

"국립충주박물관이 하루빨리 건립돼 융합문화로서의 특색을 가진 중원문화의 유물들을 종합 전시·연구·교육하고, 고구려도 백제, 신라의 역사와 함께 우리 민족의 뿌리로서 대접받으면서, 중국과의 심각한 역사전쟁에 대응하는 국가적 사명도 수행하길 바랍니다."

올해로 75세인 유 관장은 여생의 소망이 국립충주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국립충주박물관 유치,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10개 시·군 걸친 '중원문화권' 역사·문화 균형발전 필요

연구용역 결과 B/C 1.10…타당성 입증
충주 탑평리 일원에 연면적 1만㎡ 건립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소외돼온 중원문화권역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충북의 입장이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5대 문화권(신라, 가야, 영산강·다도해, 백제, 중원) 중 중원문화권에만 국립박물관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 4개 도, 10개 시·군이 연결돼있는 중원문화권은 고구려, 신라, 백제 문화가 혼재된 국내 유일의 독특한 융복합 문화다. 경기 여주, 강원 원주와 영월, 경북 영주와 문경, 충북 충주·제천·단양·괴산·음성이 중원문화권 영역이다. 1967년 이후 200여회 발굴조사가 실시돼 3만여점의 문화재가 출토됐다.

이에 국립충주박물관의 건립은 남한강 상류지역인 충주를 중심으로 중원문화권의 유산들을 수집, 보존, 연구, 교육, 전시를 통해 재조명하는 장이 될 것이다.

지난 4월 18일 충북도자연과학교육원에서 열린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을 위한 범도민 토론회'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 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유치 퍼모먼스를 하고 있다. / 중부매일DB
지난 4월 18일 충북도자연과학교육원에서 열린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을 위한 범도민 토론회'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 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유치 퍼모먼스를 하고 있다. / 중부매일DB

충북도는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일원 부지 4만2천994㎡, 연면적 1만170㎡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총 사업비로 447억원(국비)이 필요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립충주박물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 예산 3억원을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년 정부예산안에 포함시켜 지난 5월 제출함에 따라 오는 24일 기획재정부 2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건립 여부는 빠르면 오는 8월 하순께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김연준 충북도 문화예술과장은 "이번 기재부 심의에서 정부예산안에 사업비 3억원이 반영되면 국립충주박물관 건립이 99% 추진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3건)에서도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역사적 필요성 측면에서 선사시대 이래 남한강을 중심으로 성립된 중원문화의 중심지 ▶전시콘텐츠측면에서 발굴·이관·기증·기탁·대여 등을 통해 A급 전시품 2천점 이상 확보 예상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 경제적 비용편익비율(B/C)이 1.10로 나타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충주박물관 건립 추진경과

2015년 2월: 충북환경운동연대, 충주 청동기유적 보존 위한 국립박물관 필요성 제기
2015년 3월: 충주시, 충주장기발전계획 수립 시 건립 검토
2016년 4월: 이종배 국회의원, 19대 총선 공약
2016년 8월: 충주문화원, 중원문화권 출토 문화재 현황 및 국립박물관 필요성 연구용역 실시
2016년 11월: 충주 예성동호회, 4만5천명 서명운동
2017년 5월: '국립충주박물관 건립 범시민 추진위원회' 출범
2017년 9월: 문체부, 건립 타당성 연구 착수
2018년 6월: 조길형 충주시장, 지방선거 공약
2018년 6월: 이시종 충북지사, 지방선거 공약
2019년 5월: 중앙박물관, 2020년 예산에 기본계획 용역비 3억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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