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사람 사는 모습이 달라지고 생활환경이 바뀌는 사이에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기르는 개를 애완견이라고 부른다. 이말의 원래 뜻은 '가지고 노는 개'이다. 이런 까닭에 애완견하면 대부분 강아지를 연상하게 되고, 장난감 수준으로 인식되다 보니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영 불편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터에 생겨난 이름이 '반려견'이다. 노벨상을 받은 동물학자를 기리는 심포지엄에서 처음 붙여졌다고 하는데 단순한 친구를 넘어 평생을 동반자로 살아간다는 뜻이고 보면 반려견이란 이름은 사람이 개에게 줄수 있는 최상의 선물일 것이다.

전북 임실에는 술에 취한 주인을 산불로부터 지키다 죽은 '오수 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이를 기리는 고소도록 휴게소가 있고 반려견의 표상(表象)으로 인식될 정도로 유명하다. 영국 동화 '플랜더스의 개'에서는 불우한 삶을 산 소년 주인공 네로와 함께 얼어죽은 개 파트라슈가 나온다. 그만큼 개는 사람과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이다. 사실 개는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해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기른 가축이다. 품종도 다양해 어깨높이가 1m나 되고 100㎏이 넘는 대형견부터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초소형견까지 15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얼마전 경기도 용인에서 4살 여자아이가 개에 물려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전에도 수차례 사람을 공격했던 전력이 있어 안락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반려견 문제를 다시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올 4월에는 안성과 부산에서 잇따라 개물림 사고가 발생해 60대 여성이 숨지고, 30대 남성이 중요 부위를 다치는 등 유사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17년에는 유명 연예인과 식당 대표 사이에서 개물림 사망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개물림 사고의 대부분은 개 주인의 부주의에서 비롯됐지만 제도적 미비도 큰 몫을 차지했다.

이같은 개물림 사고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국에서 개물림으로 119가 출동한 경우가 총 6천800건을 넘어 한해 2천300여건에 달한다. 충청권만 따져도 같은 기간 920건을 웃돌았다. 119 집계 건수만 따진 것이니 실제 발생 건수는 매달 수백건에 이를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반려견 문화가 형성된 미국에서는 연평균 30명이 개에 물려 사망할 정도로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반려견이 늘어나는 만큼 개물림 사고도 증가하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려견 인구는 1천만을 웃돌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대형견 5종에 대한 입마개 착용 의무화에 이어 반려견 전체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안전사고시 개를 안락사시키고 주인의 개 사육을 제한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앞서의 사고가 반려견 관리에 경종을 울렸음에도 아직도 '나몰라라'하는 주인이 적지 않다.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위협이나 불편을 주는 경우도 여전하다. 사고가 거듭됨에 따라 이번엔 좀더 강화된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개 주인들의 태도다. "우리 개는 안물어요"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모든게 부질없는 짓인 것이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반려견을 기르는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고, 문제가 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반려견 관리가 지금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사람의 평생 동반자임을 뜻하는 '반려견'이라는 이름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반려견의 위상은 반려견 관리하기 나름인 것이다. 그나저나 부모나 자식에게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을 하는 패륜이 넘쳐나는 세상살이속에서 혹시 반려견들이 인두겁의 탈을 쓴 것들에게 '개만도 못한 것들'이라고 욕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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