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 590원'… "네가 죽던 내가 죽던"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 인상된 8천59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완위기(1998년·2.7%)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10년·2.75%)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상안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각각의 입장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최저임금 월 209시간 기준 '179만5천310원'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오전 5시30분께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 인상하는 8천560원안을 의결했다. 이번 회의는 노동자 위원들이 제시한 8천880원안과 사용자 위원들이 제시한 8천590원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에는 재적인원 27명 중 노동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이 참여했다. 투표결과 사용자 위원들이 제시한 8천590원안은 15표, 8천880원안은 11표를 얻어(1명 기권) 최종적으로 8천880원안이 확정됐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월 209시간 기준 179만5천310원으로 환산된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 기준 월급인 174만5천150원보다 5만160원이 오른 셈이다. 특히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최소 137만 명에서 최대 41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 결정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실질적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최근 2년세 30%에 육박하는 인상률을 보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1만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경제 환경, 고용 상황,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가 고심에 찬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고 전달했다.

그러면서 "참모로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점을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이는 등 거듭 고개를 숙였다.

◆경영계, "임금 동결 아쉬워…"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뚜렷한 온도차가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20년 최저임금을 2.8% 인상한 8천590원으로 결정한 데 대해 "최저임금은 동결 이하에서 결정되어야 함이 순리였는데 경영계로서는 부담이 가중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날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2018~2019년 2년간 지불 능력을 초월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영세·소상공인을 위시한 모든 기업이 겪고 있는 고통과 경쟁력 하락, 불안스러운 2020년 경제전망 등 대내외의 복합적 요인을 고려할 때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은 동결 이하에서 결정되어야 함이 순리였다"며 "이번 인상안이 경영계로서는 부담이 가중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려운 국내의 경제 여건속에서 파국을 피하고 위기극복에 국민경제주체 모두 힘을 모아 나가야하는 차원에서 이를 감당해 나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제반 정책적 시책을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총은 최저임금은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해 최고 수준에 이른 만큼 향후의 최저임금 결정은 국제경쟁력과 경제논리만으로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총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공약한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 업종별, 규모별, 지역별 차등화 방안과 최저임금 산정방식 잣대 문제(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에 대한 고용노동부와 대법원 판결의 상이한 이중적 기준에 대한 해결방안)를 반드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같은날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긴급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한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계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한 적응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향후 최저임금위가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한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최저임금 참사"

반면 노동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같은날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IMF외환위기때인 1998년 2.7%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며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1만원 실현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며 "결국, 최저임금은 안 오르고 (산입범위 확대 등) 최저임금법만 개악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노동계는 파업 등을 통해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것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달 예정된 18일 총파업 외에도 추가적인 총파업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경제 공황 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결정"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아이 생일날 제일 작은 생일케이크를 사며 울어본 적 있는가'라는 저임금 노동자의 절규를 짓밟고 최저임금이 가진 의미를 뒤집어 끝내 자본 편으로 섰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가 가진 권한으로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했다"며 "최소한의 기대조차 짓밟힌 분노한 저임금 노동자와 함께 노동개악 분쇄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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