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에 들어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건립 추진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대한민국 정부와 유네스코가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기록유산센터 설립을 위한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이번 협정체결은 세계기록유산 보존을 위해 상호협력한다는 약속이면서 국제기록유산센터의 청주시 건립을 확정하는 자리였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문화활동을 총괄하는 유네스코의 기록유산 분야 둥지가 청주에 위치하게 됐다. 세계 기록문화, 기록유산의 가장 큰 전환점인 금속활자 인쇄가 가장 먼저 확인된 '직지'의 고장에서 세계기록유산의 정리, 발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류 기록유산의 안전한 보존과 보편적 접근에 대한 역량 제고를 위한 국제기록유산센터는 그 존재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세계 최초의 기록유산 분야 국제기구로 세계 기록유산 관련 정책의 토대가 이곳에서 마련된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 등이 수행되며 세계기록유산 사업에 대한 지원과 그 성과의 집약 및 공개가 청주에서 진행된다. 한마디로 직지의 본향(本鄕) 청주가 세계기록유산의 메카가 되는 것이고, 청주가 직지를 넘어 세계기록유산의 도시로 전세계에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위탁 운영하게 될 국제기록유산센터 이사회에는 청주시 대표가 포함된다. 다시말해 세계기록유산들에 대한 운영에 청주시가 참여한다는 얘기다. 이것만으로도 청주시는 기록유산 분야를 비롯해 세계문화계 전반에서 그 위상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 유구한 역사와 눈부신 유산을 숱하게 갖고 있음에도 세계문화계의 중심에서 멀었던 우리나라가, 그것도 청주를 거점으로 새롭게 도약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 있는 유네스코 기구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기구 2곳과 국제무예센터, 물안보국제연구교육센터 등 4개뿐으로 그 수나 역할이 제한적이다.

청주 흥덕사지 입구 주변에 들어설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연계된 관련 활동이 이뤄지는 등 지역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인 센터운영에 따른 부수효과도 예상된다. 또한 기록유산센터에 부지를 내준 한국공예관이 옛 청주연초제조창(문화제초창C)에 새롭게 세워진 공예클러스터에 입주하게 돼 새로운 도약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지역내 공예산업 발전의 기반이 정리돼 부가가치도 기대할 수 있다. 한때 지역문화산업의 매개체로 주목을 받았던 청주의 공예산업이 전열을 정비하고 성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센터 건립에 맞춰 우리가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들도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인정받는 문화의 고장에 걸맞게 다른 분야에서도 활동을 넓히고 강화시켜야 한다. 최근 등재된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에서 빠진 괴산 화양서원을 포함시키는 것과 논의 단계에서 무산된 '충북의 산성'을 새로운 방법과 시각으로 재추진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문화유산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우리의 자랑이자,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다. 도시의 품격은 시민의 품격이기도 하다. 국제기록유산센터를 품은 만큼 청주는 이제 품격을 따지고 높여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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