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당(唐)나라 때 안록산(安綠山)이 반란을 일으켜 옹구성을 포위했을 때의 이야기다. 성 안은 더 이상 쏠 화살이 모자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놓였다. 이때 장순(張巡)이라는 지휘관이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낸다.

장순은 볏짚으로 1천여개 정도의 인형을 만들어 검은 옷을 입혔다. 한밤이 되자 인형을 묶어 성벽에서 내려뜨리게 했다. 이를 본 반란군은 성 안의 병사들이 야간 습격을 시도한다고 착각하고는 앞 다투어 화살을 쏘아대었다. 덕분에 순식간에 적의 화살 수 십 만개를 축내게 했다. 더불어 장순은 손쉽게 수 십 만개의 화살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다음 작전을 위한 준비 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날 밤 이번에는 진짜 병사들을 내려 보냈다. 반란군은 이번에도 볏짚 인형일 거라고 생각하고는 화살을 전혀 쏘지 않았다. 덕분에 500여명의 병사가 순조롭게 성벽 아래로 내려갔고, 반란군 진영으로 급습했다. 이 작전의 성공으로 패배의 위기에 몰렸던 장순의 군대는 오히려 승리할 수 있었다.

유태인의 경전인 '디아스포라'에 이런 글이 있다. "승자는 모든 문제에서 답을, 패자는 모든 답에서 문제를 찾아낸다. 승자는 언제나 계획을 갖고 있지만, 패자는 언제나 변명을 갖고 있다. 승자는 '어렵겠지만 가능하다'라고 말하지만, 패자는 '가능하지만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는 위기 상황에 봉착하면 쉽게 체념하곤 한다. 그러나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는 것이다. 혹은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열정이 부족한 것일 수 있다.

위기 상황을 자꾸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마치 짠 국물에 계속 소금을 넣는 꼴이고, 섶을 끌어안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사방이 막혔어도 땅 밑이나 하늘 방향은 열려 있다. 비록 문이 닫혔어도 창문(窓門)이 있다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금속활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텐베르크는 포도 압착기를 응용해서 활자 인쇄기를 만들어 인쇄를 했다.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포디즘(Fordism) 이라는 획기적인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유명한데, 도살장에서 소를 옮기는 무빙 벨트(moving belt)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 요컨대 대단히 혁명적으로 평가되는 것도 사실은 다른 곳에서 흔히 본걸 응용하고 살짝 비틀어서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창의성 질문을 받으면 좀 찔린다. 뭔가를 새로이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본 것을 빌려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단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발명품도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천재들의 전유물 또한 아니다. 그저 주위에 널려 있는 것들을 유심히 눈여겨보고 관찰하여 응용한 것일 뿐이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상황은 객관적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에 대한 해석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때문에 어렵고 힘들다고 마냥 낙담하거나 좌절하지는 말아야 한다. 생활이 고단하고 팍팍한 농업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소상공인 더 나아가 우리 모두 삶의 질곡에 갇혀 허덕이지만 말고, 해법을 찾아 새로운 활로를 힘차게 열어 나가길 간절히 기원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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