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아기가 마루에서 혼자 밥을 먹는데 서툰 숟가락질로 흘린 밥이 더 많다. 숟가락질 몇번 끝에 할 수 없는지 이번엔 두 손으로 밥을 먹는데 입언저리의 볼따구니에 밥풀이 허옇게 달라붙는다.

마루에는 간식거리로 남겨놓은 밥풀위에 어떻게 알았는지 파리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서 서로 먼저 먹으려는 아귀다툼을 아기가 흥미 있게 지켜보는데, 급히 들어온 엄마가 파리채를 집어 들더니 일타에 수십 마리를 잡는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죽은 파리들을 파리채에 올려 쓰레기통에 버린다. 관찰 자료를 잃은 아기는 엄마의 주저함 없는 행동이 의아한 듯 눈만 껌뻑인다. 미물들의 소중한 목숨(靈魂) 수십이 일순에 날아갔다. 집단살생의 주범은 의기양양한 채로 아기와 파리의 광활한 식당을 청소한다. 남에게 쉽게 죽임을 당하는 보잘 것 없는 일회용의 파리 목숨이 사라진 그 보금자리가 그들에게 최후의 만찬장이 될 줄이야!

숨을 쉬면서 그 숨으로 힘(氣)을 얻어 사는 모든 것은 다 목숨(生命)이 있다. 그 숨이 바로 생로병사의 주인으로 모든 동식물의 숨길이(生命線)와 길흉화복을 스스로 조정하고 있으니 소중함의 경중이 따로 있지 않으리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의 목숨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天地之間萬物之衆 惟人最貴)'고 자부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지 그 소중하다는 사람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동식물의 처지에선 이해상반이 당연지사다.

세상을 자기네 사람들만 산다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숨을 지켜주고 늘여주는 초개만도 못한 파리 목숨들 편에서는 허무맹랑한 망발로 치부될 것이다.

사람의 생명과 다를 바 없는 미물들의 명에 기대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다가 최소한의 기마저 받지 못하면 그 소중한 목숨을 쓰레기처럼 버리면서도 유인최귀(惟人最貴, 사람 목숨이 가장 소중하다)만 찾고 있었으니 파리 목숨들이 보기엔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그래서 그 최귀하다고 자부하는 인간들의 떼죽음을 보고도 그렇게 초연했었나?

살생부도 없으면서 미물들의 천수를 비명으로 바꿔놓는 그 귀인(貴人)은 자기 천명도 못다 하고 불귀되니 동명이인과 기록오류라며 버틸 기회마저 동시 박탈되면서 추상같은 위엄도 파리 목숨만도 못하게 사라진다.

천지를 창조될 때 창조주가 사람을 세상 만물의 영원한 주인으로 임명한다는 기록(證據)을 아직도 찾지 못했기에 욕심덩어리 인간은 직립하면서부터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며 찾고 있지만, 있을 리 만무한 불로초는 사람 꼴이 보기 싫어 수억만 년이 지나도 그 모습을 드러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장마가 질 것 같아 미리 시장 보러 나온 수천의 개미장꾼들을 발꿈치로 뭉갠 사람 수백 명을 실은 천국사전답사 항공편의 궤도이탈로 심해 속을 관광할 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들이라며 더 깊은 곳까지 구경하라고 쑥 밀어 넣는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이 세상에 까닭없이 존재하는 생명체는 어디에도 없다. 말발굽과 쇠달구지에 짓밟히고 뭉개지면서도 목숨을 부지하는 질경이(車前草)는 그 질김만큼이나 사람들에겐 아주 유익한 만병통치약재로 쓰이고, 사람들의 질병전령사이기에 대를 이어 없애려 해도 박멸되지 않는 모기와 파리도 일부 인간에겐 없어선 안 될 존재이기에 자연의 섭리 따라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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