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감곡초

흰 종이에 천천히 그려도 된다. 나누어 관찰하며 자신의 속도와 의지로 그려도 무방하다. 그리다가 지루하면 다른 일을 해도 된다. 색을 칠할 때는 특별한 원칙을 제시하지 않는다. 가까운 것은 크게 먼 것은 작게, 가까운 것은 진하게 먼 것은 흐리게 한다는 등 미리 지시를 하지 않는다. 보이는 대로 그리게 한다. 하지만 잘 안 그려져도 괜찮다. 처음부터 잘 그리기란 어려울 테니까. 교사는 최대한 학생의 생각과 의도를 존중하며 그가 질문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친절하게 답해준다.

교사가 얘기를 하고 싶을 때는 그의 눈높이에 맞춰 밝은 모습으로 예시를 들거나 설명해 준다. 원근과 명암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시킨 후 진지한 대화로 이끌어 간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학생과 생각을 나누며 때로는 그의 이름을 불러 준다. 소통의 자연스러움을 갖추는 과정에서 학생의 또 다른 소질과 능력을 찾는 일이 중요해 진다. 한 가지 일에 한 가지 목적만 얻는다면 세상은 심심하고 단순해질 것이다.

리더는 목적과 현상을 동시에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의 심리적 배경과 환경을 고려해 학생이 명료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학생이 현재 어떤 익숙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혹시 어떤 분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제시한다. 굳이, 예를 들자면 '우리 학교'나 '우리 동네 골목길' 그리기 등이다.

그의 교실에는 학생들이 그렸던 우아한 그림과 작품으로 한 쪽 벽면을 채운다. 학생들은 자신감이 높아지는 듯 보인다. 그 때부터 학생에게는 무궁무진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열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어느 특수(도움)반 선생님의 미술 시간을 잠깐 스케치 해보았다.

학생은 지극히 평범하고 교사는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자신의 일에 집중한다. 그런데 내 눈에는 놀랍게 보인다. 현실적으로 꿈꾸면서도 잘 안 되는 모습이니 그렇다.

우리 교실의 현장은 마치 늘 고속도로를 달리는 고속차량처럼 보인다. 철학이 문제다. 요즘 도시나 농촌 지역 할 것 없이 학생들이 조숙해 수업 중 뜻밖의 양상을 발견한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집중의 어려움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가끔 "인내심이 부족한 학생들은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교사는 산만하여 경계선을 넘나드는 학생들에게 경고를 하며 다음에는 더 모범적인 행동을 기대할지 모른다.

그런데 자칫, 훈육과정에서 오해나 실수로 민원의 소지가 되어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힘든 사례도 생긴다.

아들러(Alfred Adler)는 인간의 문제행동 유형으로 관심 끌기(Attention), 힘겨루기(Power), 보복하기(Revenge), 무능함 가장하기(Display of Inadequacy)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착한아이 행동, 센 척, 소리 지르기, 혼잣말하기, 친구에게 시비걸기, 노래 부르기, 화장실이나 보건실 자주 드나들기, 욕설, 비난, 특정 유행어 반복 사용, 물건 던지기, 모르는 척하기, 회피 등 주변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그렇다면 수업 방해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수업 전, 수업 중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다려 준다. 동요나 가요를 함께 부른다. 제한 시간 내 서로 질문(상식, 독서, 기타 궁금한 내용)하기, 공감하기(뉴스, 이슈) 혹은 TV 프로그램 소감 말하기 등도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어떤 드라마나 상황극 중 나의 입장견지하기, 퀴즈나 장기자랑, 또는 음악활동(악기연주), 몸 풀기 체조나 인터넷 게임정보 공유, 그림그리기 등도 좋은 수업을 위한 준비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감곡초 수석교사

수업 방해 학생들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은 사후에 문제행동에 대한 결과처리나 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하루 종일 학생들이 40분 혹은 50분 단위로 수업에 참여할 때 교사의 고속 질주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점심시간이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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