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이란 시(詩)의 한 구절이다. 최소한 자신의 그릇 됨을 알고 반성하면서 인격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인간으로서의 삶의 최선이 아닐까.

옛날, 어떤 왕이 매일 여러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눈부신 의복을 입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뽐냈다.어느 날 시종이 왕이 매일 들여다보던 거울을 치워버렸다.

다음날 왕이 자기의 모습을 보려고 거울을 찾았으나 거울은 보이지 않고, 거울이 있던 자리의 창문을 통하여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지치고 굶주린 모습이었다. 창백한 여인과 굶주린 아이를 보았고, 먹을 것을 찾으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이들과 허리가 구부러진 노인들도 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왕은 크게 뉘우치고 백성들 가운데로 나아가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다고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기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고 관심을 쏟고 있는 동안은 그 무엇도 볼 수 없고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오래전 전과자들의 간담회를 연 적이 있었다. 그때 절도 전과자들은 자신의 경험담들을 털어 놓았다. 한 전과자가 말했다.

"난 도둑질하러 들어갔을 때, 그 집 현관에 놓여있는 신발들이 가지런하면 긴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일 흐트러져 있으면 마음 놓고 들어갑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거든요."

그러자 또 한 명의 전과자가 말했다. "주인이 코를 골고 자면 도둑질하기에 아주 편합니다. 코고는 소리에 맞추어 한 발짝씩 떼어 놓으면 들킬 염려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엉뚱한 장소에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 지레 겁에 질려 도망치고 싶다고 한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양심을 본 것이다. 우리는 양심의 거울에 비추었을 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이웃에게 불만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난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처럼 비열한 족속은 처음 보았어. 상스럽고 욕심만 부리고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 하지도 않아. 그들은 영원히 다른 사람들의 결점만 떠들어대고 있을 거야."

우연히 그의 곁에서 걷고 있던 천사가 물었다. "정말 그렇습니까?"

"정말이고말고요. 우리를 향해 오고 있는 저 사람만 보아도 그래요. 저 탐욕스러워 보이는 잔혹한 눈을 좀 보세요. 자기가 무슨 탐정이나 되는 것처럼 여기저기를 쏘아보고 있군요. 게다가 걸음도 좀도둑처럼 살금살금 걷잖아요."

"당신은 보신 것들을 아주 잘 묘사하셨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파악하지 못하시는 것 같군요. 우리들이 지금 거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인간은 본의 아니게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잘못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시행착오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정당성을 주장하며 합리화하는 경우가 인간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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