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오는 19일 오후 2시 청주 가경초등학교의 운명이 결정된다. 가경초 학생 이전 재배치 문제로 학부모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채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가 이날 나오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청주 서현지구에 들어설 서현2초(가칭) 신설에 따라 가경초 학생 이전 재배치 계획을 세우고 학부모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를 반대하는 학부모 등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소규모 학교라는 이유로 이전 재배치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전 재배치 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학부모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채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질책했다. 설문조사 이전에 전체 학부모들에게 알려 충분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한다.

'충북교육 청원광장'에는 지난달 13일 '가경초등학교 이전·재배치 계획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글을 시작으로 반대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가경초 학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가경초는 큰 역사는 아니지만 지역민들과 같이 호흡을 하며 자라왔다. 얼마 전 가경초가 이전, 재배치돼야 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신설 학교를 기준으로 반경 2㎞ 내의 학교 중 소규모 학교를 지정한다고 하지만 이전, 재배치 개념 및 검토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부합되지 않는 일방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병우 교육감을 향해 "부디 이전, 재배치 계획을 철회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3주 전 평온했던 우리의 모습으로 되돌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학부모들의 요청에 묵묵 부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가경초 한 학부모가 어린 자녀 4명을 데리고 와서 교육감실 앞 복도에서 교육감을 만나겠다며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김 교육감은 청원 답변기준 500명을 넘어서자 그제야 입장을 밝혔다. "아이들의 안정적인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사항을 학부모와 충분히 협의하고 결정하겠다"는 약속이 그것이다.

학부모들이 찬반으로 대립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한 달 넘게 지켜보다 겨우 내놓은 답변이 학부모와 충분히 협의하겠단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다. 누누이 교육현장의 소통을 강조해온 교육감으로서는 염치도 내려놓은 모습이다.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교육현안을 놓고 학교현장의 갈등은 종종 불거진다. 이럴 때마다 일방적인 교육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경초의 경우도 사전에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만들었으면 적어도 학부모들끼리 치열하게 싸우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더구나 교육문제를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가경초는 이해 당사자들인 학부모들이 설문조사를 다시 진행하기로 협의하면서 논란은 다소 진정됐지만 그 결과에 따라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근 다녀온 일본의 한 학교도 통·폐합문제로 일부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 학교 관계자는 반대하는 학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30번이나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그 자리에 있었던 충북교육 관계자는 교육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고 했다. 막을 수도 있는 학부모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지켜만 보고 있는 충북교육이 새겨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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