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2차 민방위의 날을 맞아 24일 청주시 일원에서 실시한 민방공대피훈련이 공습경보 발령과 함께 오후 2시부터 실시된 가운데 응급차량이 출동훈련을 하고 있다./신동빈

누군가 또는 어디에선가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출동하는 것이 소방차와 구급차다. 이런 까닭에 이들을 긴급자동차로 분류해 빠른 출동 등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긴급한 상황을 대처하는 최일선에 선 만큼 이들의 활동에는 분초를 다투는 시급함이 뒤따른다.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거나, 급속하게 번지는 화재현장 등 이들의 출동 상황은 늘 시간을 다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만큼 이들 긴급자동차가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은 주민들의 안전 척도이자 토대가 되는 것이다.

충북 소방과 경찰이 손잡고 전국 최초로 도입·운영한 '긴급차량 우선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이 실제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7년 10월말부터 청주권역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 시스템은 구급차·소방차 등 긴급자동차가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 접근할 때면 우선 통과할 수 있도록 신호가 조정된다. 이들 차량이 교차로를 통과할 때에 맞춰 충북경찰청 교통정보센터에서 교통신호를 녹색불로 바꾸는 것이다. 이같은 시스템 도입으로 긴급차량의 출동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 출동으로 인해 일어나는 교통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실제 충북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우선 교통신호 제어 시스템' 운영 결과는 놀랄만한 수준이다. 제어를 하기전에 평균 8분20초 걸렸던 소방차 출동시간이 3분55초로 무려 절반이 넘는(-57%) 4분25초가 줄어들었다. 구급차는 감축정도가 더 커 이전에 10분52초 였던 평균 출동시간이 4분40초로 6분11초(-58%)나 단축됐다. 화재진압도 그렇지만 구급차 출동시간 6분은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긴급차량 출동중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도 제도 시행전 8건(2016년)에서 지난해 5건으로 40% 가까이 줄었고, 피해금액은 90% 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우선 신호 시스템이 성과를 보임에 따라 충북경찰과 소방은 현재의 시범운영기간을 공휴일과 야간까지로 확대했다. 다시말해 1년 365일, 1일 24시간 우선 교통신호로 긴급차량 출동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성과가 분명한 만큼 시행범위를 넓히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 성급한 감은 있지만 청주지역의 시범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확대도 검토·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교통신호를 한곳에서 총괄 운영할 수 있는 교통제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적지않겠지만 국민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

화재 초동진압 및 응급환자 구급을 위한 초기 필요시간 5분을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이를 지키려면 긴급차량의 빠른 출동은 필수적이다. 흔히 '도로위의 기적'이라 부르는 '긴급차량 길 터주기'도 이 때문이다. 골든타임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우선일 것이다. 국민 안전을 위한 사회적 장치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긴급차량 골든타임 확보는 이를 풀어나갈 시작점이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긴급차량 우선 신호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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