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여름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뜨거운 태양의 더위를 피해 시원한 산이나 계곡을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서 한참 길을 달리다 보면 "삼색 온천의 고장, 여기부터 충주입니다.", "명산의 고장, 여기부터 괴산입니다."라고 알리는 이정표를 볼 수 있다. 행정구역은 역사적 전통의 일치성, 산과 구릉, 하천 등 지리적 특성, 일정 규모 이상의 주민 수 그리고 생활권을 기준으로 설정된다. 강이나 산을 넘어 지형지물로 경계된 지역을 통과해야 다른 행정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행정구역 상 경계지역의 공통된 경향은 대부분 거주민 수가 적기 때문에 각종 인프라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게 되고, 결국 중심지의 주변 역할조차도 힘들어 주민들이 외면하는 낙후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다른 자치단체로 생활권을 옮기고, 결국 예부터 거주했던 주민들의 정체성마저 흔들려 행정구역의 개편 요구가 나타나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에는 팽배해진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경계지역은 특히 수질, 지질과 대기 등 환경오염에 직면하고 인접 자치단체간 갈등의 중심에 놓인 경우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갈등관계의 고리를 끊고 지역 간 연계협력 강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지역희망 프로젝트'가 2013년부터 시행되었다. 2개 이상의 행정구역을 주민의 일상생활 공간으로 묶어 기초인프라, 일자리, 교육·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행복생활권' 사업은 2016년까지 63개 생활권이 구성되고, 31개 생활권을 추가로 확정하였지만, 한정된 사업기간인 3년이 지난 현재 효과가 미비하고 사업의 지속성마저 불투명한 상태이다.

충북의 동쪽에 접해 있는 문경은 경계지역을 특화시켜 전국적 명소로 가꾸어 낸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1관문부터 2관문과 3관문에 이르는 새재는 경북 문경에서 충북 괴산(연풍)에 이르는 옛길로 명칭부터 '문경새재'로 선점한 데다 찻사발축제, 사과축제, 약돌한우축제, 오미자축제 등 4대 축제를 중심으로 지역 브랜드를 홍보하고 자리매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계청과 문경시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562만명이 문경시를 찾았고, 4대 축제에만 45만명의 방문객이 331억원을 지출함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새재를 찾을 때마다 상대적으로 비견되는 1관문과 3관문 주변의 인프라를 보면서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듯 싶다.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혹여 행정구역의 경계선을 마치 휴전선으로 인식하고 주민생활권 비무장지대(DMZ)로 여겨 개발과 투자에 유난히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또한 부지불식간에 인적·물적 자유로운 출입마저 통제하는 장벽으로 작동되지는 않았는지 반성과 함께 새로운 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할 기제가 되어야 한다.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인접 자치단체의 경우에는 교통 인프라를 확대하며 경제활동을 비롯한 특화를 통해 대도시와 상생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낙후된 지역에 국책기관을 이전하고 주거 기반을 조성해 집중적 투자를 이끌어 낸 정부차원의 균형발전은 또 다른 접근이 아닐 수 없다.

휴양·웰리스시대라 지칭되는 요즘 구역 설정의 기준이 되었던 구릉과 산 그리고 하천 등은 오히려 주요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기에 자치단체간 연계와 협력의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고, 산·학·연, 기술과 기술, 산업과 산업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융합 모델을 구축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있어서도 경계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자치단체 간 상생 발전의 모델은 공공부문의 4차 혁명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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