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몰제를 앞두고 논란과 갈등이 계속되는 청주시 도시공원 문제가 결국 폭발했다. 이 폭발로 이해관계의 충돌이 성(性) 인지, 젠더폭력이라는 우리사회의 숙제를 들추는 한편 책임과 유감(遺憾), 충정(衷情)과 격려의 상관관계를 꺼내들었다. 얼마전 청주시청에서 벌어졌던 도시공원위원회 개회와 관련된 시민단체와 시청 여직원들간의 물리적 충돌이 그 현장이다. 시민단체들의 회의공개 및 입장 요구는 그들의 주장처럼 온당한 것일 수 있다. 그런 만큼 이를 저지하려고 한 시청 여직원들이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물리적 충돌 얼마 뒤 청주시장과 부시장이 잇따라 유감을 표명하고 고개를 숙였다. '여성방패막이', '젠더폭력'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인 시민단체들의 사과 요구에 따른 것이다. 현장에 있던 여성공무원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지만 충돌발생과 방호업무 등의 잘못을 인정하며 부서장에게 책임을 묻고,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보면 맞는 말이다.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담당부서는 사전에 대처했어야 한다. 방호인력이 따로 있는데 직원들이 나선 것도 제대로 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잘못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여성직원들이 간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먼저 성인지의 문제다. 성과 관련된 비위는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이 기준이다. 당사자들이 아니라는데 가해자들이 우기는 꼴이다. 시민단체에서 시위때 여성들을 내세운 탓에 시청 남성직원들을 보호하기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은 여성동료의 충정이다. 격려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공직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 젠더폭력이란 말도 곱씹어야 한다. 여성은 보호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젠더폭력이고 비뚤어진 성인지다.

이같은 당사자들의 설명은 들으려고 하지 않고 '여성과 인권'이란 엉뚱한 주장만 펴는 것은 잘못된 성인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의도와 목적에 따라 성인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여직원들을 졸지에 성폭력 피해자로 만든 것을 보면 앞서 이뤄졌던 이들 단체들의 주장이 정당한 것이었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함께 직원들의 권익보호를 챙기는 공무원노조라면 당시 충돌을 유발한 시민단체들에게 적극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주시에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누가 피해자인지 따져야 하는 것이다.

청주시의 대응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과는 별개로 직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해당 여직원들은 동료들을 위한 충정이었음에도 격려를 받기는 커녕 조직에 부담을 주고 생채기를 낸 신세가 된 것이다. 문책을 언급한 시 수뇌부의 발언은 일을 만든 당사자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 더구나 문제를 야기한 측의 잘못된 주장에 휩쓸려 이런 처지가 됐으니 아픔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업무 수행의 결과가 문책과 지적이라면 앞으로 청주시 행정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눈치보기에 급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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