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반대 청주 가경초 이전 재배치 결국 무산

충북도교육청이 청주 가경초등학교 이전 재배치를 위한 학부모 설문조사 투표를 진행한 가운데 19일 가경초 강당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청주 가경초등학교 이전 재배치를 위한 학부모 설문조사 투표를 진행한 가운데 19일 가경초 강당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충북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청주 가경초등학교 이전 재배치 계획이 결국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학부모 동의를 얻는데 실패한 가경초 이전 재배치 계획은 교육 당국의 책임론과 함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21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학부모 찬반 설문조사 개표 결과, 210가구 중 78.6%(165가구)가 이전 재배치에 반대했다. 반면 재배치에 찬성은 12.9%인 27가구에 그쳤다. 8.6%인 18가구는 무효로 처리됐다. 관련 조례에 따라 학교 이전 재배치나 통폐합을 하려면 학부모 60% 이상의 동의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요건 충족에 실패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이번 설문 조사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 배제한 도교육청의 일방적 행정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도교육청은 청주 서현지구에 들어설 서현2초(가칭) 신설에 따라 지난 3월 가경초 학생 이전 재배치 계획을 마련했다. 현재 가경초 1~2학년 학생들과 이후 입학생들을 인근 서현지구에 들어서는 서현2초와 주변 4개 학교로 다시 배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불과 3개월만에 만들어진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가경초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소규모 학교라는 이유로 이전 재배치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전 재배치 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학부모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채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질책했다. 설문조사 이전에 전체 학부모들에게 알려 충분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충북교육 청원광장'에는 '가경초등학교 이전·재배치 계획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글을 시작으로 반대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가경초 학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얼마 전 가경초가 이전, 재배치돼야 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신설 학교를 기준으로 반경 2㎞ 내의 학교 중 소규모 학교를 지정한다고 하지만 이전, 재배치 개념 및 검토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부합되지 않는 일방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병우 교육감을 향해 "부디 이전, 재배치 계획을 철회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3주 전 평온했던 우리의 모습으로 되돌려 달라"고 애원했다.

이에 맞서 이전 재배치에 찬성하는 학부모들은 '가경초 재배치 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도교육청에 촉구했다.

이들은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 회의도 거치지 않고 반대 측 학부모와 투표권이 없는 지역 상권 주민들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의 독단적인 행보는 전체 학부모의 뜻이 아니기에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도교육청의 무책임한 행정은 가경초 구성원들 간의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 부모의 찬반의견에 따라 아이들까지 반목하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한데 김병우 교육감은 학부모들이 대립하며 싸우는 모습을 한 달 넘게 지켜보다 청원 답변기준 500명이 넘어서자 그제야 입장을 밝혔다. 김 교육감은 "아이들의 안정적인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사항을 학부모와 충분히 협의하고 결정하겠다"는 시의적절하지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재배치 계획단계에서부터 학부모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으면 갈등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해 당사자들인 학부모들이 설문조사에 협의하면서 가경초 이전 재배치 논란은 일단락 됐다. 해가 지나고 구성원이 바뀌면 이전 재배치 설문조사를 다시 추진할 수 있으나 압도적인 반대를 확인한 만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가경초 이전 재배치가 무산되면서 발등의 불이 떨어진 도교육청이 어떤 선택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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