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벨트 설치했으나… 알고보니 대기선 '황당'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 20일 청주 수암골 L카페를 찾은 시민들이 '천국의 계단'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신동빈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 20일 청주 수암골 L카페를 찾은 시민들이 '천국의 계단'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위험한 조형물 '천국의 계단'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5호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돌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 20일 청주시 상당구 수암골 L카페 5층 옥상에는 '인생 샷'을 찍기 위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지난 5일 행정당국이 1차 시정명령을 내리고 사용제한을 권고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날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비가 내리고 있는 탓에 천국의 계단에 오르는 것을 주저하는 듯 보였지만 이내 계단에 발을 올렸다. 이들은 발이 닿는 계단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미끄러운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형물을 올라갔다. 궂은 날씨 탓에 평소보다 이용객은 줄었지만 시민들의 안전은 훨씬 더 위태로워 보였다.

이에 대해 카페 관계자는 "시설물 접근을 막는 벨트 차단봉도 설치하고 안내문도 부착해 놨지만 자꾸 훼손되는 실정"이라며 "직원들이 출입을 막아보려 했지만 인력문제도 있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구청에 빠른 시일 내에 안전조치를 하겠다는 확인서도 써놓은 상태"라며 "위험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상황은 이러한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손님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던 벨트 차단봉은 질서유지를 위한 대기선 역할을 하고 있었고 안내문 훼손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시민들의 쾌적한(?) 대기시간을 위해 선풍기도 가동되고 있었으며 쏟아지는 비를 막아주는 천막도 설치돼 있었다.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조형물 이용 제한조치가 선행돼야 하지만 수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당구청 관계자는 "7월 5일 시정조치가 나간 이후 5번의 현장점검을 추가로 실시하는 등 지속적인 지도·관리를 하고 있지만 조형물에 오르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며 "1차 시정조치 기간인 8월 16일까지 난간 등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으면 2차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시설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1년에 1번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주에서 유명세를 탄 천국의 계단은 부산과 세종, 곡성 등 전국 곳곳에 설치되고 있지만 안전성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해당 지자체는 안전시설 설치 및 시설제한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실정이다.

키워드

#천국의계단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