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국장 겸 대전본부장

충청도 말에 '진상(進上)'이란 말이 있다. 진상이란 진귀한 물건이나 특산품을 임금에게 바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조선 후기로 가면서 진상의 대상 품목들을 다루는데 까다로운 규정이 뒤따랐고 관계된 관리들의 협잡이 심해 백성들에게 큰 폐해를 끼치게 됐다. 이런 까닭에 시간이 흐를수록 진상은 백성들을 수탈하는 도구로 전락됐다.

이에 진상이 폐단과 부패로 해석되고 나쁜 것, 속된 것으로 변질됐다. 상식 없는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는 이를 진상이라 한다.

나라로 치면 일본이 그런 나라가 아닐까. 필자는 일본에 대한 기억이 좋지 못하다. 이유는 부친께서 일본 홋카이도 하꼬다데로 징용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일본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유복했던 집안은 일제와 6·25를 겪으면서 빈한해 졌다. 이후 가세가 기울고 누이 형들은 고생이 많았다.

또 고교시절 경복궁, 종로에서 목격한 일본인의 여색관광도 혐일(嫌日)의 계기가 됐다. 그들이 천박한 '경제동물'이란 사실도 그때 알았다.

역사적으로는 더욱 분명하다. 백제가 불교 도자기 등 문화를 전수했는데도 배은(背恩)을 일삼았다. 이뿐인가. 임진왜란, 정유재란, 임오군란을 거쳐 명성황후를 시해했다. 그러니 일본은 숙적이나 다름없다.

오늘날 트럼프와 아베의 장단은 구한말 미국과 일본의 카스라-태프트 밀약을 연상케 한다. 이 협잡으로 일본이 대한제국을, 미국은 필리핀을 나눠 먹었다.

일제 치하에서 만주 731부대의 생체실험, 위안부, 경제, 문화재 약탈 등 만행은 헤아릴 수 없다. 해방 당시 한반도 부속 독도를 반납치 않았다며 일본 땅이라 우기는 억지는 어이가 없다. 우리 민족에게 이토록 고통을 안겨 준 나라가 또 있을까. 매년 300억 달러 대일 무역적자를 보는데도 적반하장이다.

그러니 6·25를 일으킨 북한 보다 미운 나라가 일본이다. 그들을 '쪽×리'라 부르며 불구대천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GDP와 국방력의 열세, FIFA랭킹 순위가 뒤져도 기(氣)가 꺾이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전쟁을 일으키고 수십 년 피해를 주고도 반성과 속죄는 없다. 염치 없고 간교한 일본이다. 이처럼 무도한 이웃을 둔 우리는 불편하다.

이런 불편 속에도 한일 수교 이후 적대관계로 치닫지는 않았다. 그런대로 양국이 함께 경제성장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성장시대가 저물자 아베 정권은 타개책으로 우경화를 부추겼다. 우리 또한 총선을 앞두고 반일 프레임의 서툰 대응도 악화시키는 이유가 됐다.

최근 무역 전쟁의 갈등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도화선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에 대한 판결이다. 또 지난 6월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도 한몫했다. 지난해 말 해상 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준 시비도 불씨가 됐다.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김강중 국장 겸 대전본부장

'성동격서'의 아베는 신 군국주의를 외치며 참의원 선거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개헌 선은 실패했으나 한국에 대해 더욱 강경할 것이다.

또 미중 무역전쟁과 태평양 제해권(制海權) 다툼에서 아베는 트럼프의 수하노릇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은 남북한 화해에 심통을 부리니 이런 진상도 없다.

게다가 한·중, 남·북 간 정세를 감안하면 한미동맹은 예전만 못하다. 이를 인식한 미국은 일본의 군비 제한을 해제해 중국을 견제하자는 복안이다. 과거 서독을 재무장시켜 소련에 맞서 유럽의 방위를 도모한 이치와 같다.

이런 수순은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으로 번질 것이다. 공허한 반일(反日)보다는 논리와 힘으로 극일(克日)을 준비할 때이다. 새삼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와 닿는 까닭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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