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봄부터 심상치않았던 마늘·양파 가격의 폭락으로 농심이 끓고 있다. 힘들여 지은 작물의 판매가가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다보니 밭을 통째로 갈아엎는 일이 벌어지는 등 재배농가의 피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을 주시하고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정부의 관계당국은 다른 소리만 하고 있다. 양파는 이미 과잉생산량을 해소하는 단계에 들어갔으며 마늘은 수급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실제 생산과잉과 가격폭락이 이어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이들 작목의 현장 실정을 아예 무시한 것이다.

정부는 가격폭락의 원인을 재배면적 확대와 작황호조(풍작)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배면적의 경우 전국적으로 마늘은 소폭(2.3%) 줄어들었고, 양파는 17%이상 크게 감소했다. 상황파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얘기다. 풍작으로 올해 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맞다. 마늘은 17% 가량, 양파는 5% 가량 증가했다. 숫자만으로는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재배현황이 달라지고 생산 상황도 바뀌었다는 변수가 있다. 전국의 재배·생산만 따지니 실제 시장동향에서 한참 벗어난 엉뚱한 진단을 한 셈이다.

최근 한반도 평균기온이 지속 상승하면서 남부에 몰려있던 양파 재배지역이 중부권을 넘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추세와는 달리 충북과 강원도의 양파 재배면적은 70% 안팎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따라서 충북 등지의 생산량도 전년보다 40%이상 증가했으며 이들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6월들어 한달새 가격이 30%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밭 작물들은 대부분 특정시기에 출하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한번 가격이 떨어지면 회복이 어렵다. 전체 생산량보다 가격대 형성이 시장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마늘의 경우에도 충북이 올해 가격폭락의 중심에 서 있다. 전국적으로는 줄었지만 충북의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12% 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산량은 30% 가까이 늘어나 가격하락을 불러왔다. 현재 마늘은 지난해에 비해 10~20% 정도 낮아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충북의 대표적 생산지인 단양마늘도 이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시기가 늦은 한지형이지만 올해 풍작과 함께 난지형 마늘 가격대로 인해 비슷한 하락폭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다. 양파·마늘 모두 따뜻한 겨울로 월동기 피해가 적고 생육여건이 좋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재배환경 변화속에서 논 면적을 줄이기 위해 밭작물 등의 전환 재배를 지원하는 생산조정제가 불을 지핀 것이다. 쌀 과잉생산을 잡으려다 밭 작물 과잉생산이란 복병을 만난 꼴이다. 그럼에도 정부 진단은 이를 부인하는 것들 뿐이다. 정부가 미리 작목별 경지면적을 조사하는 것은 생산량을 예측해 가격 급변동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 태도는 이같은 의미조차 포기한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하물며 농산물은 올 작황이 내년 생산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시간 여유가 없다. 헛발질은 한번으로 끝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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